스페인 사하군을 지나는 길이
초록의 대지를 두 폭으로 길게
마름질하며 이어지다가
초록의 벽에 닿는다
문을 나서면 어디로 갈 것인가
동서남북 사통팔달의 평원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
친숙함과 낯섦의 사이
너와 나의 거리를 통과하여
이 장미와 구름과 푸름 사이에서
황홀하게 황홀하게 실종되는
마음들을 어이할꼬
방랑자들의 무리가 물결처럼
흘러가고 흘러오는 대지의 정거장
낯선 고장의 알베르게에서
하늘까지의 거리
천로역정의 길
떠오르는 이백의 글귀 한 구절
천지는 만물지역려요
광음자는 백대지과객이니
정신을 놓고 두 팔을 벌려
길 가운데 우두망찰
서 있는 긴 그림자 사람 하나
발 밑엔 행진하는 개미 떼 한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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