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위에
때때로 비가 내리고
비 온 뒤엔 달팽이들이
길 위에 올라와 함께 걷자고
민달팽이 기지개를 켜고
가진 것 집 한 채
등에 짊어지고 길을 나섰네
인간이 지고 가는 배낭의 무게와
생명 있는 것들이
오체투지로 끌고 가는 상처난 마음들
모두가 길 위에 있어
순례자들 발에 밟혀 부서질까
저어하여 까맣게 개미떼 몰려들까
숱한 로드킬이 안쓰러워
보이는 대로 길가로 던져둔다
모두는 아니지만 너라도
살아서 이 생을 견뎌달라고 축원하며
부서지지 말고 번성하라고
그런 마음으로
어쩌다 그물에 걸린 인연을
그렇게 배웅하며
나의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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