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이루어졌고
나는 길을 걷고 또 걸어
여기에 도착했다
40일의 나날을 걷고 걸어
비 온 뒤의 무지개를 보면서
당신이 주신 약속을 떠올리면서
어두운 죽음의 함정이 놓인
팜플로나의 밤을 지나
비에 젖고 바람에 마르면서
여기에 서 있다 다시 여기에서
햇살과 백파이프 소리와
드러누운 사람들의 춤과 웃음과
피어오르는 향불 연기를 보면서
삶은 온 몸으로 그렇게
밀고 가는 거라는 김수영 시인의
말을 떠올리면서 여기
이렇게 비도 내리지 않는 광장에서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다
이제 어디로 다시 길 떠날 것인가
어떤 세상이 우리를 기다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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