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4일부터 시작된 2주간의 이탈리아 가족여행이 끝난 직후인 10월 28일부터 11월 12일까지 집사람과 함께 둘이서 추가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2주간에 걸쳐 여행을 한 바 있고 그에 대한 기록은 이미 남긴 바 있다. 2025년 11월 9일 주일미사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에서 드리면서 마음속으로 하나의 희망을 품었다. 성 야고버 사도께도 그리고 성모님과 주님께도 그런 원의를 갖고 청한 바가 있었다. 그것은 여기에 한 번쯤 걸어서 올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무사히 그 뜻이 이루어지기를 허락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퇴직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산티아고 길을 걷겠다는 말을 한 바도 있었고 지 선생님과의 내기도 걸려 있었던 탓도 있었으리라. 2027년 2월까지 산티아고 길을 걷지 못하면 20만 원어치 술과 밥을 사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런 불순한 생각만으로 이런 일을 계획한 것은 아니다. 신앙적인 측면과 함께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과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등이 함께 작용한 탓이기도 하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던 그 언젠가부터 한국인들의 산티아고 걷기는 가히 하나의 열풍이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내겐 신앙과 건강과 자기 성취라는 차원의 일석삼조의 효과를 추구할 수 있는 명분이 되어준 것이 바로 이 순례길에 대한 희망이었다.
그래서일까. 귀국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산티아고 순례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본격적으로 검색하게 되었다. 혼자서 가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 언어적인 면에서 자신이 없고 붙임성 없는 성격임을 스스로 잘 아는지라 낯선 곳에서의 40여 일을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젊은 시절이라면 인생의 큰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몸으로 부딪쳐 보겠지만 이제는 그렇게 계산하지 않고 어떤 일에 달려들 수 있는 열정적인 패기도 별로 남아 있지 않으니 할 수 없이 적절한 상품을 통해 동행을 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까미노 여행사다. 이 여행사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특화된 여행사라고 보였고 공지된 일정을 보니 한해 내내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 단위로 순례단을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그 정도의 역량과 경험치가 쌓인 여행사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보았기에 집사람과 상의했더니 아내는 아이들 때문에 조금 망설이면서 혼자라도 가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것저것 다 따지고 재다가는 기회를 놓칠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저질러 보기로 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전화를 받은 후 계약을 확정 지었다. 원래는 2026년 4월 15일 출발하는 상품이었으나 4월 14일로 변경되어 일정이 확정이 되었다. 비용은 여행사 납부하는 것이 567만 원이고 여기에는 항공편, 여행자 보험, 숙소비용 등 일정에 관련된 대부분의 비용이 포함되어 있고 현지 교통비 150유로 현금 지불이라는 조건과 함께 개인적인 식비나 지출은 이와 별도로 개인이 알아서 하는 조건이었다. 이를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 지출된 전체적인 비용을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얼추 1,000만 원가량 든 것 같다.
젊어서 혼자 고생하면서 갈 경우에는 절반 정도의 비용도 가능하겠지만 42일의 여정에서 이 정도 비용이면 과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계약금 30만 원, 1차 및 2차 중도금 각 100만 원, 잔금 237만 원 이렇게 순차적으로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환전은 2,300유로 정도 한 것 같고 실제로 쓴 금액은 2,000유로 정도로 기억한다. 이런 준비 과정과 함께 개인적으로 신발과 배낭, 침낭, 비옷, 야간 헤드 랜턴 등 소소한 준비물을 구입하는 일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준비에 대해 치밀하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한 것이 현지에서 여실히 드러나기는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솔찮은 편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드디어 4월이 되어 출발이 임박해서 4월 11일 미사 후 본당 주임 신부님의 안수를 받고 마음의 준비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