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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선생의 산티아고 순례기 2

작성자차대식|작성시간26.06.20|조회수41 목록 댓글 0

4월 14일 오전에 집을 출발해 인천공항 제1터미널로 갔다. 배낭에 침낭을 위로 묶어서 어설픈 짐을 메고 엘리베이터 공사 중이라 계단을 걸어서 택시를 타고 다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도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 무사히 다녀올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나는 알 수가 없다. 공항에 도착하니 2월 28일부터 불붙은 미국과 이스라엘 대 이란의 전쟁 때문에 페르시아만의 지정학적 충돌에 대한 걱정이 더해진 상황이라 이래저래 심란한 측면이 있었다. 에티하드 항공사의 아부다비 경유 편이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직면할 위험이 상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뒤로 떠난 까미노 여행사의 순례팀들이 전쟁 초반기의 몇 팀을 제외하고는 별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한편으로는 조마조마하면서도 별일은 없겠지 하는 생각도 내심 교차하고 있었다.

약속된 집결 시간보다 조금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우리은행 환전 창구에서 현금 500유로를 찾고 일정을 함께할 일행으로 보이는 묵직한 배낭을 지닌 몇몇 분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있다가 어느덧 집결 시간이 임박해서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까미노 여행사의 대표님과 인솔자 등이 모여서 간단히 얼굴 익힘을 하고 드디어 수속을 하는데 내 비행기 티켓이 문제가 되어 한참 마음을 졸이다가 무사히 해결하고 짐까지 수하물로 부친 후에 오후 5시 50분발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아부다비 공항에는 내일 새벽 1시-2시 사이에 도착해서 환승하고 프랑스의 파리 드골 공항에 10시 넘어 도착하게 된단다. 항공 여행이 아무리 편리해진 시대라지만 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 10시간, 8시간씩 견딘다는 것은 참 고역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 적응이 되지 않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선교사들이 이 땅에 처음 들어올 때 이용했던 예전의 교통수단이 지닌 그 고역스러움에 비할 수야 있으랴. 비행기가 출현하기 전의 여행 상황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이 정도의 불편함은 참을 수밖에 없을 터이다.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목에 끼우는 베개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요령들을 터득하고 있음을 종종 확인하게 된다. 나는 아직 멀었다.

그리고 이번 여정을 위해 휴대전화기를 교체했고 이심을 무려 세 개나 준비했다. 후일담이긴 하지만 이심이 써 보니 참 편리하기는 하다. 유심을 갈아 끼우고 보관하고 하는 걱정이 없기에 작년에 비해 훨씬 간단했고 현지에서 이용할 때 문제가 없이 잘 작동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공식적인 여행 경비 말고도 소소한 준비 물품을 구입하는데 비용이 또한 꽤 든다.

우리 일행이 탑승한 비행기는 비행 안내 모니터에 의하면 서해를 지나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을 가까이 통과한 후에 중국 영토를 한동안 날아간 후에는 중앙아시아를 가로질러 파키스탄과 이란 남부를 지나 오만해를 경유해 아부다비에 도착했는데 이미 새벽이었고 어느새 날짜가 바뀌어 있었다. 전쟁의 영향이 관통하고 있는 걸프국가의 하나인 아랍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공항에 착륙해서 환승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졸였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비행 편을 갈아타고 파리를 향해 다시 날아오른다. 기내식을 두 번 이상 먹으면서 시차로 인한 시간의 증가와 감소의 마법을 경험하면서 시간이라는 것도 가변적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그리고 비행기의 모니터를 통해 항공기의 운항 궤적을 보면 지구가 하나의 통합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새삼 새록새록 떠오른다. 거기에 인간이 국경을 긋고 나누고 있는 것이다. 하늘과 땅 그 자체는 인간이 그어 놓은 어떤 구분선도 의미가 없게 만드는 온전하게 결합된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인다. 항공기가 운행하는 상공에서 보면 땅의 모습은 통일적이고 연속적인 구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렇다면 국경은 어쩌면 우리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종류의 상념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냉엄한 국제 정치의 현실과 갈등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닥뜨리고 있기에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의 말을 새삼 곱씹게 된다.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보면 지구는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으로 어두운 우주 공간에서 희미하게 깜박이며 있다. 지구라는 이 행성은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의 미약한 실존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이 작은 행성은 얼마나 외로우면서도 아름다운가. 우리는 모두 그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작은 잠수정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존재의 위태로움과 소중함이 새삼 마음에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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