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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랑방

수레선생의 산티아고 순례길 3

작성자차대식|작성시간26.06.20|조회수27 목록 댓글 0

처음 방문한 드골 공항 건물은 조금 오래된 느낌이다. 요즘 새로 지은 세계 각지의 공항 건물들에 비해 오랜 시간의 관록이 묻어나는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잠시 살펴본 느낌이라 제대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그냥 주관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에 스쳐가듯 도착한 나의 마음은 왠지 모를 흥분이 솟구치는 듯하다. 작년에 로마 시내를 다니면서 로마 시대의 유적을 흘낏 보게 될 때의 감격과도 유사한 어떤 감흥이다. 관념적으로만 생각하던 대상의 실체를 마주하고 선 사람의 심정과도 같을 것이다. 아무튼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여행사와 계약된 듯한 버스를 타고 뤽상부르 공원을 지나 도착한 몽파르나스 역에서 루르드로 가는 TGV 열차를 타기 전의 틈새 시간을 이용해서 시내 몇 곳을 돌아보는 짧은 투어를 하게 되었다.

우선 기억나는 것은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면서 차창으로 펼쳐진 파리 시내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에펠탑이 마주 보이는 사진 찍기 명소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뭘 하는지 잘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손으로 에펠탑을 집어 드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사진 찍는 요령이라고 알게 되었다.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는데 그들은 에펠탑을 손으로 잡는 듯한 몸짓을 사진으로 박아내는 요령을 관광객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몇 사람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는데 들은 바가 있어서 마음이 내키지 않아 거절하기도 하면서 마음을 졸였다. 이 익숙하지 못한 마음은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겠지만 소매치기나 봉변에 대한 소문들이 마음을 위축시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다음으로는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로 유명한 시테 섬의 노트르담 성당 근처에서 내려 부근을 잠시 둘러보았다. 그리고 버스로 이동하면서 루브르 박물관 근처를 지나면서 피라미드를 닮은 박물관의 유리창과 건물을 보고 난 후에는 뤽상부르 공원을 지나 근처 몽파르나스 역으로 가서 루르드 성모 발현 성지로 가는 기차에 탑승했다. 원래 1시 59분경 출발이었으나 3시간 정도 연착이 되어 루르드에는 밤 10시 20분쯤 도착하게 되어 숙소에 들어가 자는 것으로 이날 일정은 마무리가 되었다. 이날 찍은 사진이 동기화 과정에서 삭제된 탓인지 휴대전화에 남아 있지 않아 지금도 마음이 쓰리지만 마음이 기억하는 것이 어쩌면 더 의미 있는 일일 수 있음을 자위하며 스스로를 달래 본다.

언젠가 다시 파리에 갈 수 있다면 좀 더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주마간산 격으로 스쳐 지나가듯 일별한 시내 풍경은 마음에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서인지 언제가 될지 막연하기는 하지만 파리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이루어질지 어떨지 나는 알 수 없다. 내게는 시간도 경제적 차원의 여유도 그래야 할 당위성이나 절박한 필요도 없는 편이기에 이렇게라도 마음에 점을 찍고 떠나게 됨을 다행이라고 마음을 다독여 본다. 루르드로 가는 기차는 2층이었는데 경제적으로는 효율적일지 모르나 다소 좁고 답답한 느낌을 주어서인지 그리 안락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화장실이나 편의성도 조금은 기대에 못 미치는 인상을 받았다. 좀 어수선하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언뜻 스쳐 가는 차창 밖의 풍경 속에서 프랑스에 대한 세계사적 지식의 편린과 함께 이 나라에 대한 관심이 뭉글뭉글 솟구침을 감출 수가 없다. 루르드에 도착하기까지 이틀이 꼬박 걸렸다. 섬처럼 좁은 지역에 갇혀 평생 살아오다시피 한 나에게 유럽은 먼 곳이었고 체감상의 측면에서 늘 낯선 미지의 세계였다. 작년의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에 이어 극히 제한적이지만 프랑스 땅에 발을 디딘 것은 잔잔한 여운과 감동을 마음에 불러일으킨다. 이 모든 일의 전개와 색다른 경험의 기회가 내게 과분하게도 주어졌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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