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서울 수도권지역

그렇다면 나는?

작성자은우할미(56년생 서울 은평구 여)|작성시간26.06.10|조회수391 목록 댓글 21


아침까지 멀쩡하던 냉장고가 외출하고 돌아오니
갑자기 "삑- 삑-" 시위를 시작했다.
​문이 덜 닫혔나 싶어 몇 번을 열고 닫아보고,
고무 패킹에 비닐이라도 끼었나 샅샅이 지문 감식을 하고,
마지막 필살기로 전원 코드까지 뽑았다가 다시 꽂아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방구석 냉장고 심폐소생술'은 다 해본 셈이다.
​그런데도 녀석은 여전히 삑삑거리며 내 신경을 기어이 긁어댄다.
 
한참을 째려보니 디스플레이에 불이 계속 켜져 있다.


아무래도 이 녀석, 문이 번젓이 닫혔는데도 인지하지 못하고
나 지금 열려있단 말이야! 문 닫아줘! 라며 애타게 외침을 반복하는 모양이다.

​급한  마음에 AS센터에 전화해 모델명을 불러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다.
​"고객님, 부품 보유 의무 기간이 지나서 부품이 없습니다."

​아니, 성능은 멀쩡한데! 겨우 디스플레이 센서 하나 없다고
이 신경 거슬리는 알람을 평생 들으며 살 순 없지 않은가. 결
국 눈물을 머금고 냉장고를 은퇴시켜야 할 처지가 됐다.
​작년 여름에  김치냉장고가 갑자기 숨을 거둬서 강제 교체
​올해 여름에는 멀쩡한 냉장고가 삑삑거려서 어쩔 수 없이 교체해야겠다 

​이쯤 되면 집안 가전제품들이 자기들끼리 단톡방이라도 만들어서 순번을 짜둔 게 아닐까
내년 여름엔... 에어컨 차례인가? ㅋㅋㅋ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생 참 재밌다.
가전제품들이 영원히 고장 나지 않는다면,
요즘 나온 번쩍번쩍한 신상 제품을 써볼 명분도, 기회도 없을 테니까.
녀석들이 때맞춰 적당히 망가져 주니, 덕분에 최신 문물을 구경하고 사용도 해본다.

​물건들은 늙으면 이렇게 새것으로 멋지게 교체해서 쓰면 되는데...
​그렇다면 나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건강최고(52년.서울 사당) | 작성시간 26.06.10 가전제품 ㅎㅎ
    글도 재밋게 썻네요
    나한테 비하면 그래도 좀 낫지 싶네요
    누수로 집고치면서 결국
    멀쩡한 화장실 거울이며 씽크대 신발장. 서랍장 비데까지 다 버렸습니다
    뜯어내면서 그냥 쓰겠다고 하니
    철거 하시는분이 강남에는 400백만원짜리도 뜯어 버리는데 이걸 아까워 하느냐고?
    쌩돈 많이 까졌네요
  • 작성자풀향기 (56년 서울 관악 여) | 작성시간 26.06.10 고장 덕분에 새제품
    쓰니 좋긴 하지만....

    가전이나 사람이나 고쳐쓰다 고쳐쓰다 결국 고칠수 없을때 가전도 사람도 세상 끝인가봐요

    방장님 오늘 많은 인원 한강버스 타고 즐건 시간되세요
    화이팅 ~ 입니다
  • 작성자연우(59/ 경기분당/여) | 작성시간 26.06.10 유쾌하게 풀어내신 가전제품
    이야기 ᆢ한강을 가로지르며
    처음 타보는 한강 유람선 최고예요.
    방장님 덕분에 감사합니다 ㅎ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산두리(51 안양 여) | 작성시간 26.06.10 ㅎ ㅎ
    새제품 만나니 신혼살림 장만하듯
    하셨네유
    저도 냉동고 불이 않들어 오는데 여름엔 가지 않았음 좋겠어요
    늘 불안불안 합니다~
    은우할미님
    새롭게 장만한 냉장고 조금씩만 채우세요
    저도 냉동고에 뭔지도 모를
    음식으로 가득 합니당~^^
  • 작성자수피(53,영등포 여) | 작성시간 26.06.11 부품 없다는 업체 말 여러 번 들으며 삽니다.
    오랫동안 부품 생산해야 하는 것 아닌지 서민의 설움. ㅎ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