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까지 멀쩡하던 냉장고가 외출하고 돌아오니
갑자기 "삑- 삑-" 시위를 시작했다.
문이 덜 닫혔나 싶어 몇 번을 열고 닫아보고,
고무 패킹에 비닐이라도 끼었나 샅샅이 지문 감식을 하고,
마지막 필살기로 전원 코드까지 뽑았다가 다시 꽂아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방구석 냉장고 심폐소생술'은 다 해본 셈이다.
그런데도 녀석은 여전히 삑삑거리며 내 신경을 기어이 긁어댄다.
한참을 째려보니 디스플레이에 불이 계속 켜져 있다.
아무래도 이 녀석, 문이 번젓이 닫혔는데도 인지하지 못하고
나 지금 열려있단 말이야! 문 닫아줘! 라며 애타게 외침을 반복하는 모양이다.
급한 마음에 AS센터에 전화해 모델명을 불러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다.
"고객님, 부품 보유 의무 기간이 지나서 부품이 없습니다."
아니, 성능은 멀쩡한데! 겨우 디스플레이 센서 하나 없다고
이 신경 거슬리는 알람을 평생 들으며 살 순 없지 않은가. 결
국 눈물을 머금고 냉장고를 은퇴시켜야 할 처지가 됐다.
작년 여름에 김치냉장고가 갑자기 숨을 거둬서 강제 교체
올해 여름에는 멀쩡한 냉장고가 삑삑거려서 어쩔 수 없이 교체해야겠다
이쯤 되면 집안 가전제품들이 자기들끼리 단톡방이라도 만들어서 순번을 짜둔 게 아닐까
내년 여름엔... 에어컨 차례인가? ㅋㅋㅋ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생 참 재밌다.
가전제품들이 영원히 고장 나지 않는다면,
요즘 나온 번쩍번쩍한 신상 제품을 써볼 명분도, 기회도 없을 테니까.
녀석들이 때맞춰 적당히 망가져 주니, 덕분에 최신 문물을 구경하고 사용도 해본다.
물건들은 늙으면 이렇게 새것으로 멋지게 교체해서 쓰면 되는데...
그렇다면 나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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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건강최고(52년.서울 사당) 작성시간 26.06.10 가전제품 ㅎㅎ
글도 재밋게 썻네요
나한테 비하면 그래도 좀 낫지 싶네요
누수로 집고치면서 결국
멀쩡한 화장실 거울이며 씽크대 신발장. 서랍장 비데까지 다 버렸습니다
뜯어내면서 그냥 쓰겠다고 하니
철거 하시는분이 강남에는 400백만원짜리도 뜯어 버리는데 이걸 아까워 하느냐고?
쌩돈 많이 까졌네요 -
작성자풀향기 (56년 서울 관악 여) 작성시간 26.06.10 고장 덕분에 새제품
쓰니 좋긴 하지만....
가전이나 사람이나 고쳐쓰다 고쳐쓰다 결국 고칠수 없을때 가전도 사람도 세상 끝인가봐요
방장님 오늘 많은 인원 한강버스 타고 즐건 시간되세요
화이팅 ~ 입니다 -
작성자연우(59/ 경기분당/여) 작성시간 26.06.10 유쾌하게 풀어내신 가전제품
이야기 ᆢ한강을 가로지르며
처음 타보는 한강 유람선 최고예요.
방장님 덕분에 감사합니다 ㅎ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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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산두리(51 안양 여) 작성시간 26.06.10 ㅎ ㅎ
새제품 만나니 신혼살림 장만하듯
하셨네유
저도 냉동고 불이 않들어 오는데 여름엔 가지 않았음 좋겠어요
늘 불안불안 합니다~
은우할미님
새롭게 장만한 냉장고 조금씩만 채우세요
저도 냉동고에 뭔지도 모를
음식으로 가득 합니당~^^ -
작성자수피(53,영등포 여) 작성시간 26.06.11 부품 없다는 업체 말 여러 번 들으며 삽니다.
오랫동안 부품 생산해야 하는 것 아닌지 서민의 설움.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