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사랑

작성자산마을풍경|작성시간19.10.18|조회수14 목록 댓글 0

순한 사랑

 

 

 

 

    김홍래

늦가을 밤

유리창에 녹아드는

철 지난 풀벌레 소리에 귀를 세웁니다.

벌써 무서리가 내렸다는 소식이 있고

머지않아 나뭇잎들도 다 흔들리고, 다 지고

깃발처럼 펄럭이는 남은 몇 잎,

저런 가을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스산한 11월의 강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유유한 강물을 애틋하게 바라보던

기억이 막 나네요.

이런 날 밤에 홀로 그냥 잠들면

내일 아침을 맞기가 민망할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시집을 펼쳐들고

낯익은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언듯 언듯 지나간 시간들이 그림자 되어

되 비쳐지고 밤이 깊어지자

저어기 그대 곁에서 배회하던 그리움들이

수런수런 내 품안에 고여 오네요.

 

절제하려 들면 더욱

살품 깊숙이 파고드는 그리움

순한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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