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사랑
김홍래
늦가을 밤
유리창에 녹아드는
철 지난 풀벌레 소리에 귀를 세웁니다.
벌써 무서리가 내렸다는 소식이 있고
머지않아 나뭇잎들도 다 흔들리고, 다 지고
깃발처럼 펄럭이는 남은 몇 잎,
저런 가을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스산한 11월의 강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유유한 강물을 애틋하게 바라보던
기억이 막 나네요.
이런 날 밤에 홀로 그냥 잠들면
내일 아침을 맞기가 민망할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시집을 펼쳐들고
낯익은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언듯 언듯 지나간 시간들이 그림자 되어
되 비쳐지고 밤이 깊어지자
저어기 그대 곁에서 배회하던 그리움들이
수런수런 내 품안에 고여 오네요.
절제하려 들면 더욱
살품 깊숙이 파고드는 그리움
순한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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