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을 사시 합격자 무더기 배출 비결은 풍수지리.’
15일 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 노동면 일대는 주민들이 마을 곳곳에 축하 플래카드를 붙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최근 발표된 제45회 사법고시(2차)에서 구관희(30·서울대졸),윤형수(26·성균관
대4),박민철(24·성균관대 3)씨 등 이 마을 출신 3명이 무더기로 합격했기 때문이다.
노동면은 714가구에 고작 1,538명이 사는 작은 지역이다. 그럼에도 최근 20여년 새 이 일대에서 사법고시 합격자 15
명,행정고시 합격자 20여명,박사학위자 10여명,군 장성 2명 등을 배출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축제 분위기에 휩싸
인 주민들은 이 지역 출신들의 성공 비결이 ‘풍수지리’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성군 노동면 임학용 면장(52)은 “이 지역은 살아서는 봉래(면),죽어서는 노동(면)이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과거부터
명당으로 소문이 자자했다”며 “주민들이 경사 때마다 조상의 묘자리 덕을 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면 일대는 실제 주변에 병풍처럼 늘어선 4∼5개의 산을 뒤로 한 채 보성강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는 배산임수의 모
양을 하고 있어 풍수학적으로 매우 좋은 형세다. 이곳에 사는 풍수학 연구가인 박광재씨(55)는 “노동면은 인근에서 가
장 높은 지역이지만 산세(해발 450∼500m)가 둥글고 부드러운 형상을 하고 있어 예부터 덕이 높은 문관이 많이 태어
났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마을 일대가 갈대를 물고 나는 기러기인 비안함노(飛雁含蘆)형상”이라며 “갈대를 문 이유는 새잡이 그물
에 머리가 끼이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어 그만큼 지혜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시 합격자 박민철씨의 아버지인 박덕주씨(54)도 “아들이 과거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2년간 노동일을 하는 등
방황해 걱정이 많았는데 어려움을 딛고 장하게 합격한 것을 보니 조상 묘자리 잘 쓴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풍수지리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져 인근 임야의 절반 이상이 외지인의 묘자리로 팔린 상태다. 면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내 임야의 평균 가격은 평당 4,000∼5,000원 선이지만 묘자리로 쓰이는 곳은 10배인 5만∼10만원을 호
가하고 있다.
노동면은 풍수지리적인 점뿐 아니라 물이 깨끗하고 녹차를 자주 마시는 주민들의 식생활 때문에 전국 5대 장수지역으
로도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