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르도 봉래산
이름이란 게 참 묘하다. 누가 지었을지 모르는 땅의 이름이 그 지역의 미래를 예견할 때는 신령함마저 느껴진다. 고흥(高興)이 그런 곳이다. ‘높게 흥할’ 땅은 우주와 닿게 됐고 그 ‘우주’에 힘입어 지역은 흥할 기회를 맞았다. 고흥 외나로도의 봉래산(410m)은 금강산의 일부를 닮았고 불사약이 있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고흥의 외딴섬 외나로도에는 우리나라 우주기술 개발의 전초기지인 나로도우주센터 세계에서 13번째로 자체우주선 발사대가 들어선 곳. ‘우주의 꿈’에 한껏 달뜬 외나로도가 자랑스럽고 웅장하다.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잘 생긴 유자 하나처럼 장흥과 여수 사이에 바다로 뭉툭하니 튀어나온 지형의 고흥반도. 내나로도, 외나로도 두개의 섬이 이 고흥반도 동남쪽에 연이어 붙어있다. 뭍과 다리로 이어진 조용한 섬의 풍취 그대로다. 섬의 드라이브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품은 전망은 호쾌했고 섬이 품은 작은 포구들은 시골 어촌의 고즈넉함에 평온해 보였다. 청정의 바다는 쏟아지는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데 마치 미리 우주여행을 안내하듯 물빛이 몽환적이다.
봉래산(410m)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만해 보이는 산이지만 섬에 들어있는 산답게 등산하는 묘미가 넘친다. 정상에 올라가면 봉화대가 있고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과 인근 여수시 화정면 손죽도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 시험림으로 조성되어 하늘을 찌를 듯, 군락을 이루고 있는 80년 이상된 삼나무 편백 3만주가 울창한 숲을 형성하여 삼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숲이 주는 편안함과 자연에 도취되어 감탄을 자아낼 정도이다. 국내 대표적 희귀 야생화인 복수초(福壽草)의 대규모 자생 군락지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복수초는 미나리 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 해살이 풀로 행복과 장수를 상징한다. 우주센터를 품에 안은 듯한 그 산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또 면소재지(축정)는 1966년 어업 전진기지로 지정된 곳으로 삼치파시는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전라남도 대어장의 하나이기도 하다.
외나로도의 한가운데에 높이 410m의 봉래산이 솟아있다. 우주센터의 입구 예당마을에서 비포장길을 따라 10여 분 차로 오르니 봉래산 넓은 자락이 품은 거대한 푸른 숲이 시선을 빼앗는다. 일제 때 시험림으로 조성됐다는 ‘봉래산 삼나무숲’이다. 삼나무와 편백이 함께 자라는 숲의 나이가 80여년. 둥치가 한아름 이상씩 자란 3만 여 그루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의 모습이 마치 사진에서 본 알프스에 온 듯 이국적이다. 길쭉한 이등변 삼각형들이 겹쳐서 그려낸 초록의 물결이 멋진 디자인 작품을 보는 듯 매혹적이다. 오솔길을 따라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바늘 같이 가느다란 파란 잎들 사이로 겨울을 보내는 봄볕이 부서져 내린다. 빛의 일렁임에 몸과 마음이 금세 나른해진다. 가는 낙엽들이 쌓인 푹신한 흙길이 아늑하고 거칠 것 없이 하늘로 쭉쭉 뻗은 둥치들 사이로 걷는 걸음이 마냥 흥겹다. 무성한 숲이지만 숲속 산책로를 다 걸어 나오는데 채 10여분도 걸리지 않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환한 숲 밖으로 나서니 시야가 뻥 뚫리면서 억새 너머로 시퍼런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과 바다가 한 빛이다. 억새 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들어선 외딴 집 한 채가 풍경을 더욱 빛내고 있다. 집 뒤로 난 오솔길을 따라 1km 가량 오르면 통신중계소가 나타나고 그 뒷길로 50분 가량 오르면 봉래산 정상이다. 섬을 두른 사면의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고흥 앞바다가 품은 21개의 크고 작은 섬이 발아래서 물결 친다. 날씨가 좋으면 제주의 한라산도 육안으로 들어오는 남해의 전망대다.
A : 무선기지국-봉래산-동포산-장포산-시름재-삼나무숲-체육공원-무선기지국 (약 9.7km, 3:30분)
B : 무선기지국-봉래산-시름재-삼나무숲–체육공원-무선기지국
(약 5.8km, 2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