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하재봉의 영화사냥

부산국제영화제, 순수함이 사라져가고 있다

작성자다다|작성시간07.10.08|조회수1,052 목록 댓글 0
부산국제영화제의 순수함이 사라져가고 있다.
1996년 10월, 남포동 영화의 거리를 가득 메웠던 영화의 열기는
10년이 조금 지난 지금, 엔터테인먼트사들의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어가고
승냥이처럼 눈을 번뜩거리며 이득에 눈 먼 영화제작사들의 상업적 계략으로 넘쳐나고 있다.
엔리오 모리꼬네가 의전상의 불만으로 급거 출국한 것은
일회용 해프닝이 아니다. 짧은 기간 너무나 덩치가 커져 버린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 미숙과 불친절한 행사 진행에 대한 원성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막식 레드 카펫은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레드 카펫에 올라가는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
엔터테인먼트사들은 자사 소속 신인배우들의 얼굴 알리기 장으로 그것을 이용했고
관객들은 물론 나도 처음 보는 얼굴들이 무수히 레드 카펫 위로 등장했다.
객석에서는 저 사람 누구야? 라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지만 어느 누구도
사회자도 주최측도 속시원히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배우들은 자신의 지명도를 상승시키는 장으로 레드 카펫을 이용한다.
여배우들은 더욱 더 대담한 노출의 의상을 입고 나오거나 특이한 컨셉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끌려고 한다.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스타들은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산다. 인기가 오르고 지명도가 올라야
작품에 캐스팅되고 CF도 들어온다. 생존전략이다.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원칙이 없다는 것이다.
누가 레드 카펫에 올라야 하는가?
엔리오 모리꼬네가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을 제대로 아는 주최측 인사가 현장에 배치되어야 했다.
레드 카펫 위에 보조사회자를 배치해서
생생한 현장 진행과 상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현장의 관객들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가
동시에 전국에 생중계하는 중요성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것이 없었다.
엔리오 모리꼬네 뿐만이 아니다.
국제영화제의 주역이 되어야 할 세계 각국의 많은
감독과 배우들에 대해서 제대로 이 분이 누구라는 안내 멘트 한 번 변변하게 없었다.
레드 카펫 행사를 하려면 철저하게 원칙을 세워 놓고
누가 그 위에 올라가야 하는지
누가 안내를 하고
누가 관객들에게 그 사람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지
원칙이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개막식에 정치인들의 참석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철저히 정치색을 배제해왔다.
개막식에서 길게 늘어지기 마련인 내외 귀빈 소개도 최소화했고
정치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전통은
올해 깨지고 말았다.
이명박 정동영 등 유력 대선주자들의 참여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역인 영화인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무엇을 하는 행사인지
주객이 전도되고 본말이 뒤집힌 이런 식의 행사는
향후 부산국제영화제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동안
매일 7-8개의 파티가 열린다.
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식사을 하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즐겼다.
영화제에 참가하는 영화인들의 친목도모가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처음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할 때의 김동호 위원장의
걸거리 포장마차 정담 같은 낭만적 풍경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국제적 화제를 몰고 왔던 격의 없는 친화력이 발생했던
그런 정겨운 풍경 대신
거대한 나이트클럽(어제 태원 엔터테인먼트에서는 해운대 최고의 아니트 클럽 중의 하나인
[보라카이]를 통째로 빌려 새벽까지 행사를 했다. 나도 그곳에 잠깐 들려 놀았다.)을 빌리거나
호텔의 매머드 홀을 빌려서 화려하게 행사를 한다.
규모는 커졌지만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간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그 사람들이 가까워지는 계기는 적어져간다.
애초에 국제영화제를 시작했던 소박한 열정은 당연히
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변화된다. 그러나 처음 시작한 그 순수한 마음 자체가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정말 부산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영화인으로서,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최초의 순수함을 우리가 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