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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한 만25세 이하

올해 모야모야병으로 수술한지 20년이 된 89년생 30살 본인입니다.

작성자달콩이|작성시간18.11.08|조회수9,286 목록 댓글 87

후기가 엄~~청 길어요.
20년동안 수술 후 살았던 근황을 끄적이다보니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20년 된 근황은 많이 없는것 같아서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올립니다.


수술할 당시 10살.
서울ㅇㅅ병원 ㄴㅇㅅ교수님
98년도 여름방학때 1차
98년도 겨울방학때 2차(날짜기억안남)

제 기억으론 8살때부터 아팠던 것 같아요.
증상은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악기를 불거나 운동을 격하게 하거나 긴장을 심하게 하거나 격하게 울거나 했을 때 온몸에 힘이 빠지는 허혈증상이 5분~10분정도 왔었고 한달에 한번정도 새벽부터
극심한 두통이 와서 혼자 끙끙 앓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엄마한테 머리가 아프다고 했었어요.
제 기억으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그다음날 어김없이 아팠었어요. 물론 스트레스가 아니었는데 두통이 왔던 경우도 있었구요.
두통이 오는 날은 속도 항상 울렁거렸어요. 울렁거리는데 엄마가 밥은 먹어야하지 않겠냐고 해서 밥을 억지로 먹으면 토하고 그랬었어요.
그렇게 아픈데도 학교는 가야하지 않겠냐고 해서 학교는 항상 갔었어요. 너무 아픈데도 학교는 가야한다는 엄마가 미웠지만 엄마는 제가 학교를 갔다오면 증상이 많이 나아져서
꽤병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학교에서 많이 힘들었죠.... 성격도 워낙 내성적이라 선생님한테 아프다고 말도 못해서 혼자 끙끙 앓고 있다 오후쯤이면 머리 한쪽이 전기처럼 찌릿찌릿 아프다가 집갈때 쯤이면 호전됐었거든요.

증상이 지속되서 엄마가 아무래도 검사를 받아봐야겠다 싶어서 병원을 갔는데 엄마는 mri를 찍어보고 싶다고 했으나 의사는 애가 어린데 mri까진 찍을 필요 없고 ct를 찍어보자해서 ct만 찍었는데 이상이 없다, 스트레스성 인 것 같다고 하셔서 엄마는 그런가보다 하셨죠...

그러다 증상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10살 여름방학때 큰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를 해봐야겠다 했는데 여름방학하는 날 두통이 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놀란 표정으로 아~한번 해보라고 해서 했더니 입이 조금 삐뚤어진 것 같다고 병원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입이 삐뚤어져서인지 저를 한방병원에 손을 붙잡고 데리고 갔습니다. 엄마는 들쳐업고 뛰어갔다하더라구요 기억이 서로 달라요...ㅋㅋ
거기서 한 일주일 정도 입원을 했는데 여한의사가 잡지에서 이런 증상을 봤는데 모야모야병 인 것 같다고 큰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를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ㅇㅅ병원에 가서
의사한테 모야모야병인 것 같다 하니 어떻게 알았냐고 하면서 놀래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야 많이 알려졌지만 그때만 해도 정말 거의 일반 의사들도 잘 몰랐던 시절이었을 것 같아요.
그러곤 입원을 했습니다.
입원하는 날 엄마가 훌쩍이며 울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엄마도 얼마나 힘들었을까요.....그러면서 저는 철이 빨리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리곤 몇일간 정밀검사가 들어갔죠. 별의별 검사를 다한 것 같아요.

그리고 검사결과는 모야모야병으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보통 한쪽뇌가 막히고 나중에 반대쪽 뇌가 진행되는데 저는 양쪽 다 막혔다 하더라구요. (제가 어렸을때여서 전문적인 용어는 몰라요...) 그리고 이번에 1차 수술을 하고 경과를 봐서 경과가 좋아야 2차수술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아빠는 2번의 뇌수술을 해야한다는 말도 충격적이었는데 1차수술 경과가 좋아야 2차수술이 들어간다는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98년도 그 해 여름방학때 1차,겨울방학때 2차 수술을 했습니다.
너무 오래되서 날짜도 기억이 안나요.

그리고 수술 후에도 4년 정도는 하루에 4번 약을 복용했고 4년 정도는 온몸에 힘빠짐,두통 다 증상이 있었어요.
엄마는 의사선생님한테 2번 다 수술을 했는데 아직도 증상이 왜 있냐 물었던 기억이 나요.
엄마도 저도 답답했어요.

그 후로 15살때 아마 마지막 검사를 했을거에요. 그리고 혈관 잘 자라고 있는거 사진 보여주시고 앞으로 증상이 없으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약도 끈었습니다. 약은 언제 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그리고 지금 병원에 안간지 14~15년 정도가 됐네요.

저는 정말 회복이 너무 좋았나봐요.
그 후로 두통도 허혈증상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모야모야병 환자라는 걸 잊고 살만큼 너무나도 건강히 잘지냈습니다.

공부는 정말 못했어요...ㅋㅋ공부머리가 없었는지 아파서 그랬는지...아파서 공부 못했던 걸로 알고싶네요 ㅋㅋ
그래서 저는 상고를 나와서 바로 취업을 했습니다.
판매직으로 4년6개월, 콜센터에서 4년 근무하고 결혼도 했어요.

스트레스가 엄청난 직장을 다녔지만 그만큼 건강에 이상이 없었으니 가능했단 증거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피곤함은 남들보다 더 있는것 같긴 해요.
쉬는날이면 이틀 중 하루는 하루종일 잤어요.

초중고 통틀어서 조퇴1번 결석1번 외엔 올개근도 받았답니다.(조퇴랑 결석 선생님이 실수인지 체크를 안해서 올개근상 받았어요 ㅋㅋ)
결혼하니 기댈곳이 생겨그런지 일하는게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관두고 커피숍1년간 다니다 아기가 생겨서 아기도 낳았어요.
자연분만이 모야모야병이 안되는건 아니지만 혈압이 올라가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해서 제왕절개했어요.
실은 그것보다 제가 아픈게 너무 두려워서 아기 갖자마자 제왕을 해야겠다 맘먹었어요.
지금은 벌써 아기가 20개월이네요.

모야모야카페가 있단것만 알고있었고 솔직히 관심은 많이 없었어요. 음....솔직히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관심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근데 최근에 아기 책을 읽어주다
3초~5초정도 어지럼을 느꼈고
아기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건강을
신경써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마음먹은김에 검사를 받아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11월 말에 예약을 했습니다.
기분이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만나러 가는 기분이에요.

제가 이 카페에 가입해서 글들을 봤는데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조금 뜬금없지만 물을 알람맞춰서 먹고 주기적으로 마시고 있단 글을보니 놀랬어요.
저는 물을 정말 안마시거든요....(혼내지마세요...앞으로 잘마시겠습니다)

모야모야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구나....싶었어요.

제가 너무 잘살고 있는 것 같아서
후기를 남길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제가 희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절주절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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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달콩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8.29 거의 평생을 운동을 아에 안하고 살았더니 아기가 크면서 긴장이 풀릴쯤 몸이 너무 축쳐져서 엄청 막강한 무기력증이 왔었어요...올해초부터 밤에 운동했더니 다행히 활력이 생기더라구요!
    요새는 아기의 행복과 저의 행복 균형을 잘 맞춰가면서 살려고 하고 있어요~~
    좋은말씀 감사합니다!같이 힘내요😄😄
  • 작성자막대기 | 작성시간 20.01.06 저랑 거의비슷하시네요 친구만난것같아 반갑습니다
    전 15살에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확진받고 당장수술받진않으면 죽는다는 말에 용케 서울대 어린이병원 자리얻어내서 수술하고 님처럼 25년간 아무탈없이 잘살고 결혼하고 애낳고 평범히 살고있어요

    언젠가 나이더들고 정모하면 좋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달콩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1.09 저도 반갑습니다😊😊제 주위엔 같은 병을 가진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데 여기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놀랍고 또 안타깝고 동질감을 느끼고 있어요. 언젠간 한번 뵙는 날이 오길 바래요😄😄
  • 작성자두부 | 작성시간 20.02.09 정말 희망이 되는 글이에요ㅠㅠ감사합니다 저랑 나이가 같네요 지금처럼 쭉 건강하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달콩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3.14 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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