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사진의 소재와 주제
사진 찍기는 현실에 존재하는 특정한 사물이나 사건을 카메라 메커니즘의 특성을 이용하여 단순히 자동적으로 재현 하는 것이 아니다. 셔터를 누르기 이전에 작가가 자신의 미적 감수성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주제와 소재를 선택한 이후에 그에 적합한 카메라와 필름, 조명, 앵글과 프레임을 선택하여 사진 찍기가 이루어진다. 셔터를 누르는 것은 자신의 철학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 최종 결과물은 언술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다.
19세기 예술 사진가들은 종교적인 내용, 신화 그리고 삶과 인생에 대한 종교적인 이데올로기 등 당 대의 문화와 삶을 회화적인 표현방식을 수용하여 표현 하였다. 당시의 주류예술인 회화적인 미의식을 바탕으로 최종 결과물을 생산 한 것이다. 대표적인 작가가 오스카 구스타브 레일란드와 헨리 피처 로빈슨이다. 그리고 20세기 초반이후 형성된 모더니즘 사진은 사실주의적인 미의식과 카메라의 기계적 기록성을 바탕으로 특정한 사물과 특별하고 공적인 사건을 재현한 최종 결과물이다.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에 대한 찬양을 하였다. 대표적인 작가가 유진 스미스와 안셀 애덤스, 마이너 화이트 등이다. 그 이후 1950년대 후반 윌리엄 클라인의 ‘뉴욕’과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이 발표 된 이후 제도권 표현양식이 된 현대영상사진은 동시대인들의 일상적인 삶과 문화를 소재로 선택하여 사적이면서도 개성적인 시각으로 표현 하였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발생한 인간소외현상과 불합리한 사회문화적인 현실이 그들의 관심사였다.
1960년대에는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적인 업적을 계승하여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지극히 사적인 시각으로 기록한 리 프리들랜더, 게리 위노그랜드 와 같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활동하였다. 그들의 작품은 사진의 언술적인 작용이 좀 더 심화되어 나타난 결과물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사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들인 로버트 하이네캔, 루카스 사마라스, 제리 율스만, 레스 크림스 등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개인적인 관심사를 소재로 선택하여 그것을 사진으로 재현한 이후에 미술적인 표현방식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준다.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섹스, 섹슈얼리티, 젠더, 페미니즘, 일상, 환경을 소재로 선택하여 자신들의 정체성과 동 시대성을 반영 하였다. 대표적인 작가가 신디셔먼, 바바라 크루거, 메이플 소프, 낸 골딘, 샌디 스코글런드 등이다. 1990년대 독일 유형학적 사진가들은 신 객관주의사진을 계승한 사진적인 전통과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중요한 사조인 신표현주의 미술의 색채를 결합하여 동시대인들의 유형화되어 있는 삶의 구조와 풍경을 재현하였다. 대표적인 작가가 안드레아스 거르스키, 토마스 루프 , 칸디다 회퍼, 악셀 휘테, 토마스 스트루스 등이다.
1990년대 이후 현대사진은 현대미술이 주제와 표현방식이 개별화되고 다양화 된 것과 마찬가지로 주류적인 경향이 드러나기 보다는 작가 개인의 사적인 관심사를 바탕으로 개성적이면서도 독특한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현대사진은 전통적인 저널리즘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을 계승한 사진, 조형성을 바탕으로 한 감성적인 사진 그리고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한 디지털 사진영상이미지까지 그 표현영역과 표현방식이 다양화되고 개별화 되어있다. 그것은 문화의 주체가 다양화되고 개별화되어 있는 동 시대의 사회문화적인 구조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현대미술 또는 현대사진에서는 소재와 주제 그리고 표현방식이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