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98년 0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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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섭 (金壯燮. 1953~ )
무엇보다 이들의 관계는 이들의 선배인 주명덕-강운구쌍과 흡사하다. 두명을 직접 비교해 보자. 둘은 90년대 사진계의 최대 사건이었던 ‘한국 사진의 수평전’을 같이 했다. 아니 그 전시에서 두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상 ‘주도했다’고 해야 옳다. 차이가 있다면 이런 ‘사고’치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언제나 김장섭쪽이고, 연배가 다소 위인 배병우는 사람을 끌어모으고 일을 만들어낸다. 괜찮은 궁합이요, 역할분담이다. 작품도 각자의 사람됨을 닮았다. 이 점은 그들의 작품이 肉聲(육성)이라는 얘기와 통하는데 배병우가 에너지로 차근차근 축적해 작업하는 쪽이라면, 섬세한 김장섭은 작품에서 개념적 요소가 훨씬 강하다. 두 사람 작품이 ‘미니멀하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차별성도 그만큼 크다. 배병우의 풍경이 모던하면서도 이것을 한국적 서정으로 한겹 감싼 형태라면, 김장섭의 풍경은 물기(서정성)를 완전히 빼려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드라이하다. 물론 비상업적, 비타협적이다. 일종의 결벽증이다. 두 사람은 미술 일반을 전공했다가 사진으로 ‘개종’한 공통점도 갖고 있다.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수채화와 디자인을 공부했던 배병우에게 미술은 암시 형태로 스며들어 있다. 설치작업으로 제11회 파리비엔날레에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했을 정도로 잘 나가던 미술작가였던 김장섭은 극적인 ‘업종 전환’케이스에 해당한다. 그의 이런 개종을 ‘극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실은 잘못된 것이다. 깜짝쇼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의 개종은 자기세계를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과정이고, 논리가 뒷받침된 작가적 용기라고 봐야 한다. 김장섭의 사진 개종은 70년대말 이후 세계미술계의 집단개종 현상과 관련이 있다. 보자. 매년 발표되는 독일 카피탈誌(지)의 세계 미술작가 랭킹 1백위중 10위권을 오르내리는 특급중의 특급인 신디 셔먼, 루카스 사라마스, 메이플소프 등은 모두 ‘미술에서 사진으로’ 개종한 작가들이다. “70년대말 이후 회화 설치미술 등의 작가들은 막다른 골목에 부닥쳤다. ” 김장섭 업종전환의 계기는 80년 제11회 파리비엔날레 참가다. <趙祐奭기자>(1998.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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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섭 사진전 [풍경을 넘어서] 1997년 (가인갤러리)
얼마전 인터뷰를 갔다가, 얘기 끝에 사진작가 김장섭이 화제에 올랐다. 김장섭 씨가 한 번 촬영한 적이 있다는 그는 김장섭 씨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있는 그대로를 찍으려는 자세" 때문이란다. "다른 사람들은 사진 찍을 때 웃어보라느니, 제 모습하고는 다른 모습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김 선생님은 전혀 다르시더군요. 아무 말 없이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가셨습니다." 풍경을 주로 찍는 사진작가라서일까, 그래서 그의 얼굴도 한 장의 풍경처럼 담아 간 것일까. 그러나 김장섭의 작품들은 그가 단순히 "있는 그대로"만을 추구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단적으로, 압구정동 가인화랑에서 연 그의 이번 개인전 제목이 [풍경을 넘어서]이다. 이에 대해 "그의 관심이 풍경 그 자체가 아니라 사진에 있어서의 풍경의 프레임을 뛰어넘는 일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세계는 고정적인 시각으로 인식될 수 있는가--그의 작품은 표현자로서가 아니라 사진의 프레임으로 완결된 시각의 틀을 벗어 나려는 탐구자로서의 그런 질문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평론가 김승곤은 평론가다운 말 투로 설명한다. 김장섭 씨는 원래는 사진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70년대에 회화 쪽에서 소위 '잘나가는' 작가 였으며, 설치미술 분야에서 분명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사 실 문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파리 퐁피두 센터에 있는 엄청난 양의 장서를 '과장 섞어서 반을 읽고' 나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그 책의 대부분은 사진 관련책 이었다.) 사진 쪽으로 '전향'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그의 '화가로서의 경력'이 작품에 반영되어 있음 을 즐겨 지적한다. "사진은, 그 중에서도 특히 풍경사진은 우연성이 많이 작용합니다. 그런 데 선생님은 사진을 찍을 때부터 결과를 거의 예측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선생님의 사진 은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시각적 감각이 뛰어나신 것 같아요."라고 그의 작업 을 오래 지켜보았던 조수 박진명 씨는 말한다. 회화 쪽에서도 그의 재능은 대단했던 듯하다. 홍익대 회화과에 다닐 때에도 데생 실력은 최 고였다고. 회화에서 사진으로 넘어오는 과도기, 뭉치로 꾸린 신문지를 사진으로 찍은 뒤 그 위에 드로잉한 작품들을 내놓았는데, 박진명 씨는 서슴없이 엄지손가락을 추켜 보인다. "대 단했다"고. 전시에 다녀간 시인 신현림 씨는 그의 작품에서 '사진을 넘어서려는 사진'을 만난다. "김 선 생님은 사진 가장자리에 필름의 상표를 남김으로써 [이것은 사진이다]를 증명, 의도적인 충 돌을 유발시키는 듯해요. 다시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사진이에요." 또한 그녀는 그의 작품을 "한국의 풍광을 독특한 어법으로 찍는 소중한 기록"이라며 높이 평가한다. "원경과 근경을 유사성에 의해 대비시키면서 사람들에게 [한국이란 무엇인가], 그 의미를 묻는 것 같아요." 한국의 모습을 남기는 데 있어 김장섭 씨가 가지는 위치의 중요성 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대단히 후하다. 그녀는 또 그의 사진을 "우리 나라의 아름다움을 전하면서도 위트가 있다."고 덧붙이며 그 의 성격 자체에 '위트'가 있음을 암시한다. 사실 그것은 김장섭 씨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공 통된 의견. 한달, 일주일, 하루 단위로 계획을 짜면서 세심하게 일을 진행시키는 꼼꼼한 성 격과 함께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호탕한 성격이 한 몸 안에 공존해 있 다. 그의 위트는 때때로 독설로 이어지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가 사진계에 깊은 애정을 가지 고 있음을 반증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주위에는 따르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그가 위트가 있다는 사실이 사진을 통해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마치 '매직아이'와 같이 풍경에 깊이가 느껴지는 신기한 체험 을 하게 된다. 누군가 "현실을 찍었지만 현실을 넘어선 불안정한 공간을 체험케 하는 것이 그가 사진을 통해 말하려는 숨은 의도다"라고 지적했듯이, 그의 사진 속의 공간은 '비현실의 공간'이며, '시간의 의미마저 정지되어버린 공간'인 것이다. 그의 전시는 27일까지 압구정동 가인화랑(02-518-3631)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간이 너무 촉 박해서 보기 힘든 사람은 타임 스페이스에서 나온 사진집 [김장섭 사진 Beyond Landscape] 을 구해서 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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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의 물화(物化)] 중에서 발췌........................김승곤(사진평론) 그의 풍경은 공간과 시간의 미묘한 어긋남과 시각적인 울림을 가진 중층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서로 다른 시간을 겹치게 하는 것은 물론 그가 처음은 아니다. 문제는 확장된 공간을 통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다. 김장섭의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의 정신사의 수준에까지 시간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비논리적인 세계를 다루고는 있지만, 그것을 분할이라고 하는 지극히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김장섭은 화면의 분할에 의해서 출현하는 어긋남과, 사진상(像)의 물화(物化)의 '방법'을 통해서, 우리의 시선을 사진의 표면을 꿰뚫고 들어가 민족적 기억의 깊은 장소로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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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동양화에서 밤하늘 달을 그릴 때 흔히 달 주변의 구름자락을 통해 간접적으로 달을 드러낸다. 이런 간접 묘사의 방식으로 사진작가 金壯燮(김장섭.44)을 드러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