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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인아 사진전 '미완의 공간' 2005년 8월 10일 ~ 8월 16일 갤러리 토포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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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인아의 ‘미완의 공간’ 초대의 글오늘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나 자신의 안을 들여 다 보고 싶다. 그래서 자연을 찾아서 떠난다. 풀과 숲과 산을 품은 대지는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하다. 묵묵히 뿌리내리고 서 있는 나무둥치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다.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가물가물한 기억의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나 외갓집 뒷산에서 보던 할미꽃을 떠올린다. 하지만 문득 대하게 되는 낯선 풍경에 현실로 되돌아오고 만다. 생의 빛나는 때인 봄은 오지 않고, 꽃을 피우지도 못했는데, 열매도 맺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살구나무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성복 시인의 시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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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버린 동맥처럼 콘크리트 밖으로 튀어나온 철근들은 욕망의 핏빛으로 녹슬어 있고 자신을 감추고 들어낼 문과 창을 달지 못한 알몸은 거칠기만 하다. 새 잎을 돋아내고 잎을 무성하게 하고 색을 입히고, 내년을 위해 쉬는 나뭇가지들, 무심한듯하지만 몇 만 볼트의 전류를 속으로 전하고 있는 전깃줄, 집안으로 시나브로 오가며 멈춤 자체가 소멸인 바람, 제 역할이 있고, 그것으로 자신을 들어내는 그 풍경들..... 그 풍경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받으며 낯설게 서있는 빈집의 포즈는 욕망이 쉽게 좌절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무수한 욕망들이 뜯다만 뚜껑을 단채로 버려진 인스턴트 그릇처럼 버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또다시 시간여행을 하리라. 사람을 담고자하는 목적을 향해가는 한 지점에서 멈춰버린 ‘집’에 사람을 그려 넣자고.... 죄절된 욕망 접어 둔 소중한 욕망이 다시 꿈을 꾸는 그날까지... 갤러리 토포하우스 관장 오현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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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풍경 앞에서 (미완의 공간) 흉물스러운 미완성의 건축물 앞에서 나는 불현듯 밀란 쿤데라가 『향수』에서 말한“대상이 사라지기 전에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으로부터 사라진다”는 말을 떠올렸다. 누군들 완성하고 싶지 않았을까. 누군들 저렇게 흉측한 모습으로 남겨두고 싶었을까. 처음에는 꿈도 있었을 것이고, 희망도 있었을 것이고, 완공되었을 때 보란 듯이 아름답고 멋진 건축물로 추억이 되고, 사랑이 되고, 그리움이 되기를 꿈꿨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건축물들이 짓다말고 흉물스런 모습으로 자리했던가. 경제난으로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건축물들은 지금도 아픈 기억의 풍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건축을 할 때 누구나 집의 근간인 정(情)과 경(景)의 어울림을 생각한다. 한 인간이 중도에 삶을 마감하는 것이 슬픈 것처럼 건축물도 미완성은 슬픈 것이다. 탁인아의 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혹독한 시대를 거칠 때 우리가 가한 건축의 상처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또 우리가 잘나가서 흥청거릴 때 맨 먼저 장식하는 건축물이면서 또 정작 힘들 때 맨 먼저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것이 건축물이 아니었는지. 시간을 건너오면서 힘들지 않은 삶, 상처 없는 영혼이 없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맨 먼저 건축을 절단하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우리의 마음에서, 영혼에서 떠나보내고 삭제시키지 않았을까. 건축은 그 자체로서 생명이다. 인간처럼 지표가 있고, 설계가 있고, 방향이 있고, 역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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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인아의 사진은 그것들을 보게 한다. 그리하여 미완성의 아픔을 보듬게 한다. 침잠의 이미지,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않은 중립적 이미지에서 관객은 상처의 영혼들을 불러내고 연민으로 보듬는 작가의 마음을 본다. 그녀의 사진 어디에도 미완성의 책임을 사회에 돌리고, 또 건축주의 양식에 돌리고, 또 자본주의 사회의 역기능과 욕망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의 풍경으로 돌리는 시선은 없다. 대신 생명을 가졌던 존재들로 본다. 때문에 탁인아의 사진은 폐기되고 방치된 건축물의 책임소재나, 또 산업사회의 전형적인 욕망의 찌꺼기와는 거리가 멀다. 한때 꿈을 키웠고, 애정과 열정을 쏟았고, 최후의 순간까지 버터 보려고 애를 썼으나 끝내 완성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애잔함이고 자기성찰이다. 비운의 풍경들 속에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보듬는 것이다. 지금 이 땅, 어떤 곳에 건축주의 일신상의 이유로, 혹은 뜻하지 않은 경제적 변고로 완성을 보지 못한 채 흉물스럽게 방치된 건축물들을 생각한다. 보란 듯이 자기 이름을 달고 싶었고, 보란 듯이 역사가 되고 싶었으나 끝내는 흉물스런 모습으로, 스스로 情과 景을 거역하는 자신의 초상에 고통스러워하는 건축물들을 생각한다. 탁인아의 사진은 바로 그것들을 보게 한다. 건축 자체의 뷰 포인트(View Point)는 물론이고, 사람과 추억을 만들려 했던 뷰 포인트, 여기에 미완성의 슬픔과 상처까지 바라보게 한다. 인간과 함께 하고,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침묵하는 건축. 그러나 탁인아의 시선이라면, 그녀의 마음 씀이라면 건축의 내밀한 삶과 시간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라진 시간, 사라진 존재,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한 존재의 부재의 풍경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 | 진동선(사진평론가) |
| 갤러리 토포하우스 : 02)734-75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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