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푸름 앞에서
-박종영-
더운 유월의 숫자를 셈하기 위해
짙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청아한 산천을 가슴에 담기 위해
낯익은 숲길을 가만가만 걸어간다
어느새 연둣빛 오월이 빠르게 흘러갔다
기쁨으로 마중하던 향긋한 봄날의 꽃비가
그치고 나니 이별의 시간처럼 서운하다
초봄에는 연인 같은 꽃들의 마중을 받았고
소랑 소랑 살얼음 녹는 개울물 소리에
풋풋한 생명의 소리 오래 들을 수 있는
푸짐한 봄날이 가고 나니 이제야 소중함을 안다
핏빛 닮아가는 장미 향기 서럽게 흘러와
풀국새 울음 애잔한 유월, 나른한 산마을은
허기를 채워주는 풋보리 냄새가 출렁이고
나긋한 여름을 향해 찾아가는 샛길에
때 이른 하늘색 수국(水菊)이
찌든 가슴에 파란 웃음을 담아준다
반야사 가는 외진 길목
무리 지어 핀 수국 허리가 휘청거린다
동그란 얼굴이 널브러져 수국 수국 소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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