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산에 와서 / 박종영
가학산에 와서
노랑할미새 울음도 들었다
산자락 너머 단풍나무
명아주와 떡갈나무 사이
비단웃음으로 달리는 묏바람 소리도 들었다
산벚꽃 열매 파랗게 매달려 오독오독 익어가는
마알간 가슴도 따서 입술 적셨다
산이 좋아 산 억새 집 짓고 사는
솔바람 같은 할아버지 카랑카랑한 덕담에
찌든 가슴도 뻥 뚫렸다
가학산은 혼자 살고 있었다
큰 고요를 한자리에 불러모아
물기 오른 나무와 잠을 자고 있었다
나무들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산새들이
게으른 나무들을 맑은 소리로 깨우고 있었다
혼자여서 외로운 가학산은
아까운 세월 잠시 쉬어가게 은밀한 골짜기에
한 채 푸른 집을 짓고 있었다.
2012. 10. 26.
[해남우리신문 땅끝기행시 '가학산에 와서'/박종영 시인]
* 가학산은 전남 해남군 계곡면 가학리 서쪽에 위치한
해발 650m의 산. 흑석산 능선에 연이어 있는 휴양림이 있는 곳,
비가 온 뒤 검게 보이는 기암괴석과, 철쭉 및 침엽수림,
잡목림이 조화를 이루며 절경을 이룬다.
휴양림에서 흑석산, 가학산, 두억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으며 각 봉우리에서
변화무쌍한 바닷구름이 산을 덮는 산수화 같은 정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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