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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마을 유달산 詩集

쏙독새 - 소순희

작성자박종영|작성시간26.06.08|조회수1 목록 댓글 0

쏙독새 / 소순희

 

                        <쏙독새/야행성 조류/쯧쯧쯧 머슴의 소모는 소리를 낸다>
       

쏙독새

-소순희-


땅거미 내리면 소 몰고
집으로 오는
머슴의 쯧쯧쯧 소 쫓는 소리가
어둠을 함께 몰고 왔다

고샅길 더듬어 오던
커다란 소와 아버지는 어느 해
저세상 사람 되어 
집으로 오는 길 모른다

어둠 내리는 저녁이 와
어린 나, 길 잃고 딴 길로 갈라치면
아버지는 쏙독새 되어
쯧쯧쯧 나를 나무랐다
                     -2019-

이 시는 어스름한 저녁의 청각적기억을 통해 가슴아픈 상실감과

시공간을 초월한 부성애의 밀도를 높게 그려낸 수작이다.

1.청각적 매개체:<쯧쯧쯧>소리의 변주와 서정적 확장

 

이 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문학적 장치는 <쯧쯧쯧>이라는 의성어의 영리한 변주와 활용 이다.
1연의 쯧쯧쯧, 땅거미가 내리는 시간 머슴이 소를 몰며 내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농촌의 소리이다. 이 소리는 어둠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자연스럽게 불러오는
입체적인 청각 이미지를 형성한다.

2.상실의 공간과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

 

2연은 시의 정서를 평화로운 저녁 풍경에서 비장미와 상실감으로 급격히 전환 한다.
고샅길을 더듬어 정겹게 돌아오는 아버지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집으로 오는 길 모른다는 담담한 진술은 역설적으로 그 어떤 통곡 보다 깊은
슬픔과 영원한 부재를 드러낸다.

3.쏙독새라는 존재론적 변형과 영원한 동행

 

3연은 이 시의 문학적 성취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아버지는 육채적으로 소멸 했으나 화자의 삶 속에는 쏙독새라는 영적인 존재로 환생한다.
어둠 속에서 어린 화자가 길 잃고 딴 길로 갈라치면 쏙독새의 울음소리를 빌려 나무란다.
여기서 나무람은 질책이 아닌, 자식이 삶의 올바른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기를 바라는
숭고한 사랑과 보호의 몸짓이다.

 

화자에게 아버지는 과거의 기억 속에만 박제된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삶의 어두운
고비마다 쏙독새 소리로 찾아와 지켜주고 방향을 잡아주는 영원한 안내자 인 것이다.

총평
소순희 시 쏙독새는 토속적인 공간감과 어스름한 저녁의 대기감을 배경으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절제된 언어로 정제해 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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