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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마을 유달산 詩集

박주택 詩 - 독선과 관용의 수상록 외 3 / 20260. 6.20.

작성자박종영|작성시간26.06.20|조회수0 목록 댓글 0

독선과 관용의 수상록 / 박주택

 

독선,​

그리고 독선이여 너는 평판이 나쁘다. 너의 끝없는 자존심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참아 온 사람들이 지는 잎으로 떨어져

붉은 흙이 되었음을 생각하면, 너의 굽힘 없는 힘때문에

부서지기도 하다 별이 하얀 가루로 보이기도 했지.

그 욱신거리는 전망에 입을 다눈 채 明月空山을 느끼던

사람들, 흐르는 구름에게 물어볼까? 근심으로 새운 날의

흐린 날씨에 대해.

그러나, 독선이여. 우리는 너를 크게 나무랄 자격이 없다.

환심을 사려고 쓸개를 빼놓거나 - 갈대의 각도보다

더 큰 각도로 휩쓸리는 - 부드러운 눈을 가진 자의 감춰진

칼보다는 나은 것이기에, 그리고 너의 눈을 붙인 채로

세상을 바라볼 때의 그 정정당당함이란!

관용

너의 더디게 오는 게으름으로 인하여 두근거리던 일

얼마나 기다려야 너는 오는가? 활시위 끊어질 듯 살면서

포근한 솜털이나 바다같이 넓은 가슴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느냐. 우리들 자신이 용서받는 순간을 맞닥뜨려

본 후에 너의 깊은 사랑을 알아볼 줄을. 그러면서 우리는

어찌했는가. 이 넓은 세상에, 믿음과 돈과 타인에 대해.

너의 창으로는 푸르른 들판이 보이고 바다가 간간이

출렁이는 뒷켠에서는 일시에 눈이 부신 천상.

- 박주택 시집 <꿈의 이동건축> 1991

강남역 / 박주택

그리하여 시간이란 계급을 재편성하는 과정이란 느낌이 들 때

햄버거는 입속에서 혈관을 터뜨리고 커피는 저녁처럼 어두워졌다

순환하는 인간들, 청춘은 중년이 되고 또 다른 청춘은

이곳을 가득 메우며 노년에 이르게 됨을 눈치채지 못한다

이십 년 전에도 그랬다, 포장마차가 즐비하던 자리는

고층으로 새를 부르고 검게 그을린 유리창에 잎사귀를 부르지만

저 싱싱한 다리는 아주 기분 나뿐 팔자를 만나

저녁의 숙명에 흘러가는 것을

화장품 상점에서 환한 빛으로 나오는 여자가 남자 속에서

둥글어지는 여름이다, 땀내 무럭무럭 자라 보잘 것 없음이

나의 나라라는 것임을 마침내 떠가며 알아갈 것이니

여름이란 이곳을 차지하던 그 누군가들이 부푼 육체 속에

청춘의 찜통을 채우는 일이다, 편성된 계급에 기대어

유리창 너머로 들리는 꿈의 찰칵거리는 소리에

혹독한 운명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평화가, 평화가, 나의 국가에서 울려 퍼지는 것이라고

저 시간은 벽 속에 도는 피에 빗대 저녁을 침묵시킨다

- 박주택 시집 <시간의 동공> 2009

겨울 저녁의 시 / 박주택

사위가 고요한 겨울 저녁 창 틈으로 스미는

빙판을 지나온 바람을 맞으며,

어느 산골쯤

차가운 달빛 아래에서

밤을 견딜 나무들을 떠올렸다

기억에도 집이 있으리라,

내가 나로부터 가장 멀 듯이

혹은 내가 나로부터 가장 가깝듯이

그 윙윙거리는 나무들처럼

그리움이 시작되는 곳에서

나에 대한 나의 사랑도

추위에 떠는 것들이었으리라,

보잘것 없이 깜박거리는

움푹 패인 눈으로

잿빛으로 물들인 밤에는 쓸쓸한 거리의

뒷골목에서 운명을

잡아줄 것 같은 불빛에 잠시 젖어

있기도 했을 것이라네,

그러나 그렇게 믿는 것들은

제게도 뜻이 있어 희미하게 다시 사라져가고

청춘의 우듬지를 흔드는 슬픈 잠 속에서는

서로에게 돌아가지 않는 사랑 때문에

밤새도록 창문도 덜컹거리고 있으리라

*******************************

自序

이제 이 기록들은 한 젊은이의 자성에 찬 기억뿐일

것이며 또한 그가 그의 삶 속으로 가는 중에 만난

많은 감정들을 앞뒤를 재지 않고 말해버린

어떤 보고서와도 같을 것이다.

정말로, 사유를 통해서 만난 것들은 부스러져

없어졌다.

존재의 정면, ..... 그것은 그의 잘못이다.

1991년 5월 박주택

[출처] 박주택 시인 1|작성자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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