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 고은순
돌계단이 닳아 있는 길은
먼저 지나간 사람들의 한숨이
낮게 드리우고
떠나던 날의 발걸음과돌아오지 못한 시간들이
겹겹히 눌려한 고개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산 허리를 감고 흐르는 바람은
누구의 이름을 부르다 멈추었는지
끝내 넘어가지 못한 말들이
구름에 걸려 있는
이 길위에서 등을 돌렸고
또 누군가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먼길로 들었으리라
나 또한 오래전
보내지 못한 사람 하나
마은에 묻은 채 살아왔음을
이 고개에 서고서야 알았습니다
넘어가면 잊힐 줄 알았던 것들이
돌계단 사이에 앉아
자꾸 말끝을 붙잡습니다
사람이 떠난 자리마다
시간이 먼저 남고
그 시간은 길이되어
또 누군가를 지나가게 합니다
여기가
그 많은 삶이 넘어가던 자리
그리운 것들이
끝내 다 건너지 못하고
바람으로 머물던 곳
문경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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