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못 하는 계절의 꽃
-박종영-
산천이 햇빛과 바람의 힘으로
풀빛 물결을 갈아타며 찾아오는 절기
갖가지 색으로 치장하고 달려오는
꽃의 향기를 거절 못 하고 반기는 우리다
가만히 앉아 공짜로 얻어지는
자연풍광이라 소중한 줄 모르고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볕을
헤프게 쓰다 보니 달아져 사라지는
세월의 나이테를 가늠하지 못한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나름대로 애쓰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수도 너그럽게 용서될 만한 찬란한 시기를
헛되이 보내버린 게 아닌지
삶의 실수를 되풀이하다 보니
빈 가슴에 쓸쓸한 바람만 인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사실이지만
절기마다 꽃 피는 시기가 서로 달라
보고 싶은 꽃도 느긋하게 기다리면 피어나므로
조급하지 않은 계절을 믿어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이 궁핍하고 허전할 때
흔하디 흔한 말로 위로해 주는
순단이네의 별난 수다가 고마운 하루
지금은 빈 마음이지만 조촐한 뜨락에
피어날 꽃을 기다리면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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