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는 시간
-박종영-
초겨울 고된 하루품을 마치고 집에 오는
늦은 오후 진눈깨비에 눈물을 섞는다
서러운 이별처럼 흩날리는 길모퉁이에서
쉼 없이 녹아내리는 하얀 이야기를 듣는다
노동을 끝낸 사내의 낡은 옷깃에
엉킨 눈발은 아궁이의 짚불처럼 쉬이 사라지지만
여린 마음은 늘 주머니를 지키지 못해 허전하다
어느새 남녘 바람 불러들인 설중매 속절없이
젖꼭지처럼 솟아오른 붉은 꽃봉오리 달고
생명 있는 것 모두가 부딪치면
속살 차는 절정인 듯 마냥 움찔댄다
슬픈 매듭이 흘러내리는 눈물 훔치며
서러운 마음 감추고 있는 눈발 속에서
훌쩍거리는 소리에 흠칫 놀라
아내를 바라보다가 아내도 나를 쳐다보다가
그리움 차 올라 눈물꽃 피워내는 시간
시린 손 호호 불어주며 살아온 안타까운 세월
이토록 곤궁한 겨울에 가슴 반짝이도록
모처럼 함께 웃고 있으니 다른 행복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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