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다른 손
서문곤
이사를 앞두고 날짜를 정할 때면 어른들은 으레 "손(損) 없는 날이 언제냐?"라고 묻곤 한다. 어릴 적에는 그 말이 참 이상하게 들렸다. 손이 없다니, 사람에게 손이 없다는 말일까. 그런데 또 길을 가는 나그네를 "길손"이라 하고, 집에 찾아온 사람을 "손님(객喀)"이라 부른다. 모두 같은 "손"인데 뜻은 서로 다르다. 같은 소리를 내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품고 있는 말인 셈이다.
먼저 "손(損) 없는 날"의 손은 사람의 손이 아니다. 옛사람들이 믿던 잡귀나 액운을 뜻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사람의 일을 방해한다고 여겨 이사나 혼인, 집수리 같은 큰일을 할 때는 그 손이 없는 날을 골랐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날을 택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자 했던 옛사람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손 없는 날의 손은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의 대상이었다.
반면 길손의 손은 전혀 다른 뜻을 지닌다. 길손은 길을 가는 나그네(과객過客), 여행자를 가리킨다. 먼 길을 걷다가 잠시 쉬어 가는 사람, 낯선 마을에 들러 하룻밤을 묵는 사람이다. 옛날 주막의 등불 아래에서 허기를 달래고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길손의 손에는 떠돌이의 외로움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함께 배어 있다.
손님의 손도 마찬가지다. 집이나 가게를 찾아온 사람을 뜻한다. 반가운 사람일 수도 있고,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손님이라는 말에는 상대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손님을 맞이할 때 정성을 다하고, 좋은 음식을 내놓으며 예의를 갖춘다. 손님의 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따뜻한 의미를 품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말은 참 신기하다. 같은 "손"이라는 말이 한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액운을 뜻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길을 가는 나그네와 귀한 손님을 뜻한다. 하나는 피하고 싶은 존재이고, 다른 하나는 반갑게 맞이하고 싶은 존재이다. 소리는 같지만, 마음속에 떠오르는 풍경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손"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말의 깊이를 새삼 느끼게 된다. 같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고, 그 이야기는 옛사람들의 삶과 믿음,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을 오늘까지 전해 준다. 어쩌면 언어란 이렇게 하나의 말 속에 여러 세대의 기억을 담아 두는 그릇인지도 모르겠다. "손 없는 날"의 손과 "길손", "손님"의 손은 다르지만, 모두 우리 조상들의 삶이 남긴 소중한 흔적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냥 재미로 알아두세요.
● 손 없는 날, 이사가기 좋은날
민속신앙에서 "손"이란 날수에 따라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사람에게 해꼬지 한다는 귀신입니다.
이 귀신은 0과 9가 들어간 음력 9일과 10일, 19일과 20일, 29일과 30일이면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 날은 손없는 날이라고 합니다.
음력 날짜 끝자리가 9,10,19,20,29,30일이 손 없는 날 입니다.
음력 날짜 끝자리가 1,2,11,12,21,22일은 동쪽을 피하고,
음력 날짜 끝자리가 3,4,13,14,23,24일은 남쪽을 피하고,
음력 날짜 끝자리가 5,6,15,16,25,26일은 서쪽을 피하고,
음력 날짜 끝자리가 7,8,17,18,27,28일은 북쪽을 피하시면 됩니다.
(참고 : 손 없는 날에 이삿짐센터를 이용하여 이사를 할 때, 일반 이사 견적가 보다 10~20% 더 받는게 대부분입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소엽 작성시간 26.06.05
외국인들이
제일 어렵다는 한국말
방송에서
말잘하는 외국인들
신기해요
-
작성자친구따라 작성시간 26.06.05 저도
손없는 날이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동쪽을
피해서 가야된다고
이삿짐차가 다른길로
한바퀴 돌고
비용도
더 지불하는
웃지 못하는 일까지 겪었습니다ㅎㅎ -
작성자박여주 작성시간 26.06.05 예전엔
손 없는날 따져서
이사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크게 개의치 않는것 같더라구요 -
작성자상큼향기 작성시간 26.06.09 전 제가 쉬는 날이 손없는 날
ㅋㄷㅋㄷ
장도 내맘대로
이사도 내맘대로
평생 그리산듯
지금은 이사도 장도
안하지만 ㅋ
마음먹기 달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