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어린 제자로부터 빨간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로 받았다. 그 순간 나의 스승은 누구일까 되뇌었다.
매년 다가오는 스승의 날은 별 의미 없이 지나쳤다. 그러나 오늘은 내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스승님을 발견하고는 가슴이 뛰었다.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는데 어린 제자가 깨우쳐 주었다. 나에게도 진정한 스승이 있다는데 그 기쁨이 가슴을 요동치면서 한동안 행복으로 이끌었다. 곧장 꽃집으로 달려갔다. 예쁜 꽃바구니에 정성을 다해 장미꽃, 카네이션, 물망초 등으로 장식하여 스승님께 보냈다.
선생님을 만난 것은 마라톤으로 육신의 상처를 안고 실의에 빠져 방황하던 시기였다. 이곳은 지역 문화 센터로 색소폰을 배우고 익히는 곳이다. 몇 달을 보내도 진전이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했다. 그러나 매일 발길은 이곳을 향했다. ‘지성이면 감천인가.’ 칠흑 같은 어둠에도 한 줄기 빛살이 내려앉았다. 그것은 희망과 소생의 빛이다.
스승님은 아무리 실수하고 진전이 없어도 닦달하지 않고 묵묵히 제자들이 스스로 터득할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 엉터리 소리를 내어도 화내지 않고 조용히 다가와 격려와 틀린 부분을 고쳐주시고는 제대로 할 때까지 며칠이 걸려도 기다려 주는 분이다. 이렇듯 나는 자유롭게 소리를 내며 그를 닮아가고 있다.
그분은 여러 제자 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포기할 줄 알았다고 했다. 배운 이들이 하나 둘 스승의 곁을 떠나갔지만, 아직도 나는 그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그분 곁을 떠나서 연주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말처럼 적어도 한 스승 밑에 삼 년은 배워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집념은 마라톤을 통해서 얻은 교훈으로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
늠름하고 품위 있는 인품을 가진 사람에게 세인들이 몰려들 듯, 여기는 소리를 담아내는 지상의 낙원으로, 나날이 입문하러 새 얼굴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승님의 교육법을 소문 듣고서 다른 곳에서 배우다 오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는 더우면 숲이 되어주고, 돌풍이 오면 몸으로 막아주면서 군상(群像)을 이뤄 기쁨과 희망이 넘치도록 하는 큰 소나무와 같은 분이다. 그의 보살핌에 연습생들은 소리의 맵시가 다듬어지고 있다.
소금은 자신을 녹여 짠맛을 내며, 촛불은 자신을 태워 빛을 내듯이, 스승은 큰 사랑의 빛을 골고루 나누어 주어 소리는 나날이 향기를 더해가고 있다. 점점 맵시를 갖춘 소리가 관(管)을 통해 뿜어져 나온다. 사람마다 소리의 모양이 다른 것처럼 같은 악기라도 소리의 음색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특징을 살려 소리로 아우른다. 이는 그분이 주는 사랑의 결실이라 여겨진다.
또 한 분의 스승을 만났다. 나는 때때로 일상에서 체험한 것을 글로 남기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수필창작대학에 들어갔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자기의 경험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줄 알았다. 자유로운 형식이지만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글의 표현은 형상화와 의미를 부여함이 어렵고 중요하다고 했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혼신의 열정으로 수업하신다.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러감을 아쉬워하곤 했다. 습작품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출하여 교수님의 칼날 같은 예리한 첨삭 지도로 글은 조금씩 모양새를 갖추어 갔다. 수정한 글을 다시 읽어보면 매끄럽고 군더더기가 없이 물 흐르듯 하다. 각지고 모난 것이 다듬을수록 원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훨씬 맵시 나는 것이 되었다.
수필창작대학을 수료하고도 심화과정을 거치면서 글쓰기가 어려우면서도 점점 재미가 돋아났다. 또 수필 문학회에서 선배님들의 작품을 통해서도 많이 배운다. 넷째 목요일은 선생님과 동기 문우들이 모여서 작품 토론을 하면서 붓을 놓지 않게 한다.
선생님은 부족한 나에게 수필의 길을 열어 주셨다. 한번 들여 놓은 길에서 이탈하지 않게 문단에 등단시켜 수필의 길을 가게 하셨다. 또 오십 여 편의 습작품에 일일이 지도해 주셨다. 덕분에 수필집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책이 나오는 날 얼마나 기뻤는지 책을 품고 잠을 이루었다. 아침 일찍 선생님을 찾아뵙고 책을 건넸다. 선생님도 기뻐하신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뿌듯했다.
이제 수필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이웃에 기쁨을 줄 수 있다면 붓을 꺾지 않으련다. 나의 이 길이 맛을 내는 소금의 역할처럼 갈고 닦으련다. 온통 내 머릿속에는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글감을 찾아 머릿속 바다를 유영하고 있다.
두 분 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악기와 수필의 향기를 맛깔나게 갈고 닦으련다. 내 영혼에 피와 살이 될 색소폰 소리와 좋은 글의 완성을 위해 오늘도 질주한다. 스승의 은혜가 이렇게 클 줄이야. 나도 그 누구의 스승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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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S색소폰 작성시간 11.05.17 운동 음악 수필 작가님 으로성공하신 선생님이 야말로 최고의 멋진 선생님이 십니다 , 저희 학원에계셨어 영광 입니다 선생님의 [질주] 잘읽고 있습니다 스승의 날 꽃바구니 감사합니다 출판기념회 때 모든 지인들이 부러워 하시도록 멋진 연주는 더 더욱 감사합니다 , 선생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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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초연 작성시간 11.05.16 아~~
내게 지금 스승님은 누구일까.......(민병옥 선생님께서 생각케 해주시네요)
거기까지 생각을 못미치고 일상생활에 쫒기어 원장님께 전화 한통 못해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이 늦은 나이에 서툴지만 섹소폰을 연주할수있게하시는 원장님!
늦었지만 미안함과 함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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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S색소폰 작성시간 11.05.17 초연님 감사합니다, 음악[색소폰]잘배워주셨어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멋진 인생 멋지게 사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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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초연 작성시간 11.05.17 ^^*........
선물을 받아오는 마음보다
주고오는 마음이 더 기쁘다는 원장님 말씀
제겐 진한 감동과 귀감이 됩니다.....
많이 배우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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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홍시 작성시간 11.05.17 *^^*
원장님! " 스승의 날" 이 주일이라 깜빡 했읍니다. 항상 챙겨주시는 고마움을 어찌 잊겠읍니까? 만 이제는 나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