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소 냄새
배승환
파도는 바위에 부딪쳐
흰 살점을 흘리고
흘러오는 냄새를 향해
매 순간 수면 아래 상처를 덧입고
으깨어지는 순간마다
자궁의 냄새를 담아
간직했다
먼 수평선 위로 더 긴 선이 이어지고
그 아래
푸른 몸집을 불렸다
그날 밤을 깨워
육중한 철조망으로 감싼 군사시설 위로
으깨진 무릎으로 일어서
넘어섰다
온몸으로 목 놓아
흘러가
폭포 계곡을 거슬러
호암소에 다다라
양수의 냄새를 호흡하고
물의 용솟음 속에 흰 살점을 담갔다
*<호암소 냄새 시작노트>
어떤 형식의 글을 쓰던지 주제가 떠오르면 관계된 책을 읽거나 현장을 둘러본다. 그런데 이번 시 <호암소 냄새>는 동해시를 이미 다섯 차례 다녀왔던 기억으로 쓰기로 했다. 다시 간다면 지금 같은 시상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동해시는 조용한 지역이다. 묵호항과 삼척항 사이에 있다. 군사 도시라는 조건상 번창할 수 없는 묵직함과 고요함이 있다.
나는 동해시의 해안선과 파도를 사랑한다. 조금 높은 언덕에서 바라보면 수평선 너머 있을 광대한 동해가 가슴에 닿는다.
시에 표현한 것과 달리 나는 호암소가 있는 삼화동에서부터 구룡계곡을 지나 진천으로 흐르는 방파제를 걸었다. 방파제는 군사시설이 있어 사람이 다니지 못하도록 시멘트와 철망으로 둑을 쌓았다. 처음에는 그것도 모르고 운동화가 찢어지고 발에 상처가 나도록 긴 방파제를 걸었다. 경사가 가파른 석축을 감싼 철망을 헤쳐 나갔다. 지쳐 쓰러져 깊은 물 속으로 빠져들 것 같은 순간이 엄습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파도가 둑을 넘으려고 바위에 부딪치는지 바라보았다. 바다는 긴 세월 인내하며 넘지 못하다가 끝내는 쓰나미를 잉태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