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박광복
부엌에서 아내는 우럭미역국 끓이고
남편은 그물망 넘기며 터진 코 살피고
TV에서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유가가
천정부지 오를 거라고 호들갑을 떤다.
고깃배 엔진 윙윙대며 기름 보채고
출렁이는 바다에 남편은 고기떼 살피고
아내는 기다랗게 펼칠 그물 챙기고
걸그물 쳐 닻으로 고정하고 부표 세운다.
남편은 그물걷개 돌려 그물 끌어 올리고
아내는 간간이 그물에 올라오는 은빛
청어, 전갱이, 고등어 빼내 상자에 담고
항구로 뛰어가는 고깃배 열에 선다.
전갱이, 청어 다섯 상자 공판장 넘기고
이웃 부부 배에도 빈 상자만 그득하고
근해 안강망어선도 먹갈치 30상자
공판장에 고기도 줄고 사람도 떠났다.
옛날엔 고등어, 꽁치 20상자 거뜬히 잡아
노부모 모시고 아이들 학교 보냈는데
바다가 뜨거워져 고등어, 꽁치 동해로 가고
고기가 떠난 빈 바다에 출어가 버겁다.
고기를 많은 날에도 못 잡은 날에도
긴 세월 늘 곁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거친 파고를 함께 넘어온 부부
바다는 항상 넉넉한 삶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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