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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평촌문학

종이들의 항구

작성자박선희|작성시간26.06.16|조회수20 목록 댓글 0

그를 해일 아저씨라고 불렀다

 

삼십 년째 밤의 물때를 지킨다

우표가 물비늘처럼 반짝이던 시절에도

푸른 알림창들이 어둠을 헤엄치는 지금에도

선반 맨 끝 늘 앉아 있는 표류병

더 높은 선반 오래 잠긴 상자 속에 감추어도

새벽이면 어느새 제 물때를 찾아 돌아와 있었다

마치 밤사이 보이지 않는 물길이

선반 끝까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밤마다 항구에는 수많은 것들이 밀려왔다

갓 접은 종이배들은 가벼운 물새처럼 떠났고

한쪽 모서리가 닳도록 손 쥐어졌던 엽서들

주소를 여러 번 덧쓴 봉투들은 젖은 밧줄처럼 

늦게 움직였고 떠난 것들의 빈자리마다

다른 것들이 들어와 빈 칸은 늘 잠시뿐

그 사이 표류병은 한 번도 길을 떠나지 않고

늘 같은 물때에 닿아 있었다

 

겨울이 몇 번 바뀌고 그의 머리카락이 파도 

거품인 듯 희어졌을 무렵

해일 아저씨는 그 물때에 귀를 대어 보았다

찰랑 물소리 대신 종이 한 장이 자신을 접는 소리

찰랑 접힌 시간이 다시 펼쳐지는 소리

찰랑 건너지 못한 문장 하나가 병 속에서 오래

몸을 뒤척이는 소리 그 한 문장이 아직 출발하지 못해서

동이 틀 무렵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빈 종이들의 항구에서

'다음에 이야기하자' 접힌 채 늙어가는 소리가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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