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바람
한때는 무더운 날의 동반자
누구도 마다치 않고 찾아주던 벗
손끝마다 푸른 바람 심어주던 친구
꽃무늬 종이 위에
웃음과 설렘을 간직했던 너
세월이 늙었는가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왔는가
손풍기 벌처럼 윙윙거리고
더위를 잡아먹는 에어컨이
실내 주인행세를 하니
서랍 속 부채는 눈물 머금고
깊은 잠에 빠져있다
그래도 옛정에 못 이겨 꺼내 들면
오래된 사진첩을 펼친 듯
잊었던 추억이 꽃피우고
청춘의 친구는 다정하게 웃는다
주름진 살결 사이로
바람춤을 나부끼며
나를 잊지 말라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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