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죽선에 담은 인생
이미경
쪼그만 손으로 부채를 펼 때면
'퍽' 하고 투박하게 터지던 소리
반쯤밖에 펴지지 않아 속상했던 어린시절
시원한 바람 한 자락 여유롭게 맞지 못하고
그저 살아가기 위해, 버텨내기 위해
폈다 접었다를 쉼 없이 반복하던 날들
이제야 비로소 부채에 인생을 담아
자유로이 접었다 펼쳐 보니
그 속에서 싱그러운 초록 내음이 피어오르네
선비의 곧은 손끝에 담긴 기품이
하얀 도포자락의 멋으로 스며드는 시간.
모진 세월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네
누가 보아도 이 합죽선은
내 삶이 빚어낸, 고풍스럽고 귀중한 보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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