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가
이흥근
나의 벗이 몇이나 있느냐 헤아려 보니 물과 돌과 소나무 대나무로다. / 동산에 달 오르니 그것참 반갑구나/두어라 이 다섯이면 그만이지 또 더하여 무엇하리/구름 빛이 좋다 하나 그칠 때가 하도 많다/ 깨끗하고 그치지 않은 것은 물 뿐인가 하노라 / 꽃은 무슨 일로 피자마자 빨리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다가 누래 지는가 아마도 변치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이 피고 그로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키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리하고도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비취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 모르는가/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을 다 비추니 한밤중에 밟은 것이 너만 한 것 또 있는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보길도에 다녀왔다.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를 보고 내 벗을 생각 해본다.
어린 시절에 벗은 소, 루비, 자전거, 구름, 꽃이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서 소를 길렀다. 그 당시 소는 집안의 살림 밑천이고 논, 밭을 가는 역할을 하여 유용한 가족의 일원이었다. 장정 열사람 몫을 해내는 일꾼이다. 아침에 일어나 소에게 줄 여물을 썰고 풀과 섞어서 쇠죽을 주었다. 논과 밭이 있어 논밭을 갈고 저녁이면 소를 데리고 나가 풀을 뜯기고 저녁이면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뭉게뭉게 떠 가고 세상이 내것이 된 기분이 들었다.
루비는 이종사촌 형이 우리 집에 준 진돗개 이름이다. 영리해서 나를 잘 따르고 집에 아무도 없을 때는 집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고 집에 손님이 찾아올 때는 비서 역활을 했다. 집에 곡식이 있어 쥐가 있었다. 쥐를 먹지는 않고 고양이에게 주었다. 가족이 나갔다 올 때는 고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았다. 그 당시는 개를 잡아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내가 학교 갔다 돌아오니 반갑게 맞아주던 루비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개장수가 잡아간 모양이다. 어머니가 채소를 시장에 팔려 인천시장에 갈 때도 오리나 되는 길을 따라 오곤했다. 정이 많이 들었다.
김포읍과 검단면에 근무할 때 자전거를 타고 십 오리를 한 시간 출근했다. 유일한 내 교통수단이었다. 생활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물건이었다.
하늘에 구름이 흰 그림을 그리며 따라다닌다. 움직이는 그림이다. 아파트가 배경이 되고 산과 나무가 바탕이 된다. 널리 알려진 명화가 좋지만 직접 보기는 쉽지 않다. 구름은 넓고 푸른 하늘을 캔버스 삼아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수놓는다. 흰 구름이 산을 그리고 동물ㅇㄹ 그리다가 꽃을 그린다. 강렬한 태양이 비출 때 빛을 가려주고 식물이 잘 자라게 비를 내린다.
나는 야생화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에는 이름도 모르고 들판에 피어 있는 꽃들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물봉선화기 피었다. 산속 물이 흐르는 계곡에 맑은 물을 먹고 자란꽃이 새초롬하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수줍은 듯 고개 숙였다. 꼴주머니를 뒤로 감추고 건드리며 금세라도 터트린 것 같다. 꽃말처럼 청초하 모습 그대로 사랑과 애정을 상징하는 꽃으로 마음을 끈다. 신비로운 보라색 꽃을 피우는 불봉선화에 호박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좋아하는 것이 변했다. 노년이 되니 친구, 자동차, 소나무, 책, 햇볕이다. 친구는 동반자로 나에게 영향을 주고, 받기도 한다. 언제나 만나면 반갑다. 인근에 친구가 있어 김포장릉과 인천대공원에 수시로 만나고 차와 식사를 하니 좋다.
자동차는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건이고 없어서는 안되는 십여 년 동안 내 발 노릇을 해준 필수품이 되었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고 마음에 위안을 주기도 한다. 김포시청에 근무할 때도 군에서 시로 개청할 때 이씨 종중에서 기증을 받아 정문에 소나무를 심었다. 김포시청에 갈 때는 소나무를 구하러 다닌 일이 생각난다.
인근에 도서관이 있다.
시간이 나면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책을 읽으니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햇볕이다. 햇볕은 비타민D를 생성하므로 유럽 노인들이 햇볕을 즐기는 것을 봤다. 여름에는 싫지만, 겨울에 따뜻한 햇볕을 쪼이면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