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이흥근
35도 이상 연일 열대아가 계속되고 있다. 낮에는 36도 이상 올라가 사람 체온보다 높게 올라가고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다. 벌써 열흘이 넘었다. 일은 물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몸에 땀이 난다. 아침 일찍 부천 상동호수공원에 가면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렁이가 나와 시멘트 포장길을 기어간다. 어제의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은 길을 이리저리 간다. 처음에는 무심히 지나쳤으나 자세히 보니, 말라 버린것도 있고 개미가 잔치를 벌이는 것도 있다. 네가 왜 숲에서 나와 생을 마감했는지 안타깝다. 상동호수공원 길을 걷다가 네가 아직 살아있으면, 막대기로 숲속으로 너를 던졌다.
지렁아!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영악하단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고 선풍기와 부채를 만들어 사용하고 휴식을 취하고 몸 건강을 위하여 삼복을 만들어 열흘 간격으로 닭이나 오리로 영양식을 만들어 먹는다. 여름에는 휴가 기간을 정해서 쉬면서 수박과 참외, 도마토를 먹으며 휴식을 한다.
너는 맨몸으로 어쩌자고 숲속에서 나와 시멘트 도로에서 일생을 마감하느냐 너는 평생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건만 아까운 생을 도로에서 마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때로는 사람들은 깨끗함을 핑계로 잡풀을 무지막지한 기계로 풀을 베고 없앤단다. 네가 놀라고 당황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인데, 세상의 주인 행사를 한단다.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그렇치 못하단다. 물 구경을 시켜준다고 물속으로 데려가 물고기 밥이 되게 하고 물고기까지 잡아 오는 욕심이 많단다.
네가 사람에게 해로운 일을 한 것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너는 흙을 윤택하게 하여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딸과 손녀가 집에 왔다. 분꽃이 한낮에 잎을 늘어뜨린 것을 보고 물을 줘야겠다고 한다. 무더운 날에도 분꽃을 보기만 했지 눈치코치가 없는 나는 물을 주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잎이 축 늘어져 있다. 해가 진 다음에 물을 주니 다음 날 아침에 잎을 꼭꼭 치 세우고 꽃이 활짝 피었다.
지렁아! 시멘트 포장길이나 광장에는 가지 마라. 네가 갈 곳이 아니란다. ‘해 질 녘이 되어 시어머니 되는 모기가 외출하면서 며느리에게 이처럼 당부한다. “애야, 내 저녁밥은 하지 마라.” 며느리는 웬일인가 싶어 “왜요, 어머님.”하고 묻는다. 시어머니 모기는 먼 산을 바라보면서 힘없이 대답한다. 마음씨 좋은 사람 만나면 잘 얻어먹을 것이고 모진 놈 만나면 맞아 죽을 테니 내 저녁일랑 하지 마라.”
좋은 일을 많이한 지렁아! 저승에서는 좋은 것으로 환생해라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