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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성포 기초과정

기초과정 _ 12강

작성자엽서한장|작성시간26.06.22|조회수3 목록 댓글 0

 

 

 

 

 

송충이

 

오 규 원

 

 

송충이가 나무 위에서 떼를 지어

 

줄기와 잎 위로 행진하는 모습이

내 발목을 거머쥐고 안경을

고쳐쓰게 하는구나 편견이란

때로 얼마나 위대하냐

 

큰 놈이나 작은 놈이나 송충이는

모두 저렇게 아름답다

줄기 위의 하늘에서 잎 위의 하늘로 옮아가는 몸놀림은

낮은 강물소리 같다

보송하게 살이 잘 오른

가슴이며 아랫도리는 르누아르의

화풍이다 보라

보드라운 솜털은

대낮에도 별빛을 옭아맨다

 

일렬로 나뭇가지로 오르니

가두 행렬의 선발대 같고

롬멜의 탱크 부대 같다

송충이에 비해 나뭇가지는

사하라 사막이다 사막이란

또한 얼마나 깊게 숨쉬는가

편견이란 얼마나 위대하냐

 

나는 아직도 꽃이

아름답다는 편견이 배 밑에 깔려

 

송충이의 배 밑에 깔려

사하라 사막의 모래 밑에 깔려

달빛을 옭아매는

송충이의 솜털 사이에

하얀 한 장의 종이로 접혀

 

 

 

 

 

모기장 밖에 모기가 살고

 

박 만 진

 

 

방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곰살궂은 어둠에 젖어 좀도둑인 양 기웃거리니

한방 가득한 형광 불빛이

마루 아래 마당에까지 넘치고

모기장 속에 모기가 아니라

누군가가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모기장 밖에 사람이 아니라

모기들이 모기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참 어이없게도 촘촘한 그물 속에

몸집이 큰 사람 하나 잡아놓고

모기들이 앵앵거리며 보초를 서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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