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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장투어 거제도(외도 보타니아)·남원 여행기

작성자신영북스|작성시간26.06.17|조회수50 목록 댓글 0

 

 
여행은 늘 새로운 설렘이다
 
여행은 언제나 설렘을 안고 떠난다.
세계지도를 펼쳐 우리나라를 찾아보면

손톱으로 가려질 만큼 작은 나라지만,
막상 삶의 터전을 벗어나 조금만 길을 나서도
처음보는 풍경과 낯선 공간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언젠가 중국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가 이런 말을 했다.
 
“중국 사람은 평생을 돌아다녀도
중국 땅 전체를 다 보지 못합니다.”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의 수십 배에 달하는 광활한 국토를
모두 둘러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역시 결코 좁은 나라가 아니다.
1991년 출판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전국의
대형서점을 관리하고
수금하기 위해 매달 지방 출장을 다녔다.
일주일 정도면 전국의 주요 서점을

모두 둘러볼 수 있었지만,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자동차로 몇 시간만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지만,
막상 가보면
‘우리나라에 이런 곳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경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내와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선택했다.
약 20여 년 전, 딸이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시절

휴가를 이용해 자동차로 거제도와

외도를 다녀온 추억이 있다.
그 아름다운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KTX와 관광버스가 연계된
역장투어 여행상품을 신청하게 되었다.
 
10여 년 전 역장투어를 통해 나주역을 경유해
땅끝마을과 청산도를 다녀왔던 좋은 기억도 한몫했다.
이번 일정은 남원을 거쳐 거제도와

외도를 둘러보는 1박 2일 코스였다.
 

 
 
 
 
새벽을 깨우고 남원으로

 
새벽 5시 30분.
평소 같으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여행을 떠나는 날만큼은 알람 소리도 반갑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행신역에 도착하니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함께 여행할 일행들이 하나둘 모였고,
역장투어 대표님의 안내에 따라 열차에 올랐다.
오전 7시 3분 출발한 KTX는 서울역과 광명역에서
다른 일행들을 태우고 남원역으로 향했다.
 
천안아산역과 오송역을 지나

남원역에 도착하니 오전 9시 25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관광버스에 탑승한 우리는

지리산을 향해 달렸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을 오르다

지리산 조망공원에 잠시 들렀다.
 
멀리 펼쳐진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니
젊은 시절 무박 종주를 하며

객기를 부렸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전망대 옆 카페에서 풍겨오는 진한 커피 향과
먹음직스러운 케이크가 유혹했지만
곧 점심식사를 한다는 안내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버스에 올랐다.
 

 

산길을 내려와 도착한 식당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좁은 주차장 입구로 버스가 후진하던 중

가로수와 부딪혀 뒷범퍼 일부가 파손되는

작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순간 운전기사님의 표정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든든한 소불고기 백반으로 점심을 마친 뒤

아내와 근처 카페에서
카페라테 한 잔을 사 들고 버스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맛있는 식사와 향긋한 커피는
작은 행복이지만 그 만족감은 결코 작지 않다.
이후 버스는 국도를 따라 한참을 달려

거제도 구조라항으로 향했다.
 
해금강과 외도, 그리고 갈매기
 
구조라항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외도행 유람선에 승선했다.
배는 외도로 향하기 전 먼저 해금강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명불허전이었다.
다행히 바람도 잔잔해 배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승객들에게 나누어 준 새우깡 봉투를 들고 갑판으로 나갔다.
공중으로 던져진 새우깡을 향해 갈매기들이

순식간에 날아와 낚아채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손을 높이 뻗어 새우깡을 들고 있으니

갈매기들이 경쟁하듯 날아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을 아내가 카메라에 멋지게 담아냈다.
 

 

 
20년 만에 다시 찾은 외도 보타니아

 
드디어 외도에 도착했다.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외도 보타니아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역시

수많은 여행지를 경험한 탓일까.
처음 방문했을 때의 강렬한 감동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해외의 유명 정원과 국내 여러 관광지를 둘러본

경험 때문인지 예전만큼의 놀라움은 없었다.
 
게다가 예상보다 무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
그리고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여유롭게 둘러보기는 쉽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기 위해서도 긴 줄을 서야 했고,
포토존마다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외도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낯선 섬에 정착해 오늘날의 외도를 일궈낸
설립자 부부의 열정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규모는 세계적인 정원들에 비할 수 없겠지만,
외도 곳곳에 담긴 조경과 시설물들은

분명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아쉽게도 2시간 남짓한 체류 시간은 너무 짧았다.
다음에는 단체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으로 와서
하루 종일 머물며 천천히 둘러보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장승포항의 저녁

 
외도를 떠나 장승포항 인근 횟집으로 이동했다.
광어회와 도다리회,
그리고 정성스럽게 차려진 밑반찬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내와 나는 맥주 한 병을 나누어 마시며

동행한 일행들과 건배를 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 맥주 한 잔은 충분했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은 일행께서

우리 맥주값까지 계산해 주셨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그 배려가 무척 고마웠다.
다음 날 카페에서 음료를 대접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좋은 여행에는 늘 좋은 사람이 함께한다.

 
1박을 하는 거제도 라마다호텔로 이동하여
미리 배정된 객실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객실은 훨씬 크고 깨끗하여 맘에 들었다.
배도 부르고 이른시간이라서

호텔 테라스에 바라다 보이는
항구 주변 에 데크로 조성된 산책로가

아름답게 보여 산책을 하고 오기로 했다.
하지만 객실을 나와 해변으로 가려했으나
객실에서 볼 때와는 달리 큰 도로를 건너야하고
다시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꽤 먼거리였다.
 
조금 고민하다가 신호도 불편하고 근처에 보이는 마트를 찾아
생수와 약간의 간식, 저녁 식사때 마셨던 맥주가
약간 아쉬웠기에 맥주 한 캔을 사서
객실로 돌아와 나누어 마시고 휴식을 취했다.
호텔 객실에서 바라다 본

항구주변과 바다는 한없이 평화로웠다.
 

거제의 아침,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

 
다음 날 아침 식사는 매생이 굴국밥이었다.
탱글탱글한 굴과 향긋한 매생이가 어우러진 국물은

최고의 아침 식사였다.
전날 술을 많이 드신 분들에게는

훌륭한 해장국이 되었을 것이다.
 
이후 우리는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신선대 전망대에 서니 푸른 바다와 기암절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아내와 번갈아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같은 일행분이
여러 각도에서 멋진 사진을 남겨 주셨다.
 

 

거제 바람의 언덕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산아래 항구를 중심으로 펼쳐진 마을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빙둘러 높은 산이 항구와 마을을 감싸 안으면서
마치 유럽의 작은 해안 마을을 바라보는 듯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바람의 언덕엔 풍차가 있고 자연바람으로 돌아가는
대신 전기로 운행되는 풍차였다.
하지만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바로 앞에 있는 바람의 언덕 카페는 
아직도 에어컨 작동이 안되어 후텁지근하여

주인께 냉방 가동을 주문했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땀을 식히면서 차를 주문했다.
마침 어제 맥주를 사주신 일행과 동행한터라
맛있는 과일 음료를 대접하여 함께 차담을 하면서 
자유시간도 넉넉하기에 고즈넉한

창밖의 풍경을 즐기며 휴식을 취했다.

 

 

 
노자산 케이블카에서 만난 절경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노자산 파노라마 케이블카였다.
해발 570m 높이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니 거제도 전역과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펼쳐졌다.
짙은 해무로 인해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 신비로운 풍경이 더 인상적이었다.
 
어떤 일행은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하산 시간을 놓칠 정도였다.
가이드는 애를 태웠지만 나는 오히려 그분들이
가장 깊은 감동을 가슴에 담아 오신 분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추억의 몽돌해수욕장
 
식당앞에 도착하자 주인께서 달려나와
밝고 큰 목소리롤 우리를 반겨주는데 우리 부부를 보고
"와우 멋쟁이 부부이십니다"라는 칭찬에
우리도 환한 미소로 감사 인사를 드렸다.
 
멍게비빔밥 35인분을 미리 차려놓고

약속시간 20여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으니
걱정도 되고 반가운 마음으로 입구까지 달려나와
우리 일행을 크게 환영해주셨다는 일화를
나중에 가이드를 통해서 전해 들었다.
하지만 사장님의 밝고 힘찬 쾌활함에서 우러러 나온
진정한 마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씨로 시원한 멍게 비빔밥과 맛있는 반찬으로
게눈 감추듯 해치운 점심식사도

주인의 품성을 닮아 맛도 일품이었다.
 
식사를 마친 아내와 나는 무심코 해안가로 걸어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깜작 놀랐다.
마침 마을 주민께 여쭈니 거기가

몽돌해수욕장이라고 하신다.
 
아이가 고등학고 1학년 무렵이니

아마도 20년은 훨씬 전에
아내와 텐트를 치고 여름 휴가를 즐겼던
그곳이 바로 몽돌해수욕장이란다.
 
4반세기 이상 흐른 세월 뒤에는
예전의 사람냄새 풍기는 고즈넉한 모습은 아니었다.
주변에는 많은 상가건물과 큰 도로가 생겨서
예전 모습을 더듬어 회상하면서 바닷가에 내려섰다.
 
여타 다른 곳의 해수욕장처럼

하얀 모래가 덮인 모래사장과는 달리
몽돌몽돌한 조약돌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다.
삼각수영복 달랑입고 아내와 함께 바다로 뛰어들던
예전 생각이 나서 입가엔 작은 미소가 번졌다.

남원에서의 마지막 일정

 
거제도 일정을 마친 우리는 다시 남원으로 향했다.
동편제마을과 지리산 허브밸리를 둘러보며

여행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특히 허브밸리의 식물 표본관은
어린 시절 방학숙제로 식물채집을 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평균연령이 제법 높은 분들과의 여행으로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구처럼 내륙지방 분지위에 조성된 남원이라는 도시가
다른곳에 비해 기온도 습도도 높은 탓에
불쾌지수까지 높아서 집 나온지 하룻만에

어느새 집 생각이 간절했다.
 
표본실의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전체 여행 일정의 마지막 코스인

저녁 식사자리로 이동했다.
 

마지막 저녁 식사는 이번 여행 최고의 식사였다.
직접 기른 나물과 정갈한 반찬,
그리고 푸짐한 소불고기 백반은

모두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역시 여행도 처음과 끝이 중요하다.
 
아쉬움 속에 남은 좋은 기억
 
남원역으로 향하기 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서 기사님의 배려로
춘향과 이몽룡의 전설이 깃든

오리정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후 7시 2분 KTX에 올라 밤 9시 45분,
무사히 행신역에 도착했다.
카카오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역시 하나였다.
 
“그래도 집이 최고다.”
 

 
 

여행소감
 
이번 1박 2일 여행은 매우 알차고 풍성했다.
다만 남원과 거제도를 오가는 이동시간이 길고

일정이 다소 빡빡해 조금은

산만한 느낌도 있었다.

 
차라리 남원을 제외하고 외도와 거제도를

더욱 깊이 있게 둘러보는 일정이었다면

더 큰 여운을 남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오래된 추억을 다시 꺼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작은 안전사고 외에는

모두가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귀가할 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여행의 진정한 가치는

유명한 관광지를 얼마나 많이 보았느냐가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추억을 만들고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거제도와 남원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좋은 여행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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