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하는 곳에서 대중 스님들과 같이 공양을 하는 동안에도 나의 마음은 라훌라에게 가 있었다.
방안에서 담마에 집중하고 있는 라훌라는 그에게 오는 몫의 공양 한 숟갈조차 먹지 않았다. 그에게
공양을 보내라고 시키시려나 하고 자주자주 바라보았지만 부처님께서는 어느 한 마디 말씀도 없으
셨다.
부처님 말씀이 안 계시면 어느 누구도 감히 보낼 수 없다. 라훌라가 오늘 공양을 들지 아니한 것을
부처님께서 알고 계신다. 공양하는 동안 줄곧 생각하던 그 일에 대해서 내가 더 자세히 알게 된 것은
저녁 무렵 있었다. 그날 아침 라훌라는 음식이라는 영양분을 먹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높은 담마
의 자양분을 먹었던 것이다.
그것을 주신 분은 그의 우빠사야 스승님 마하 사리불 테라이셨다. 오전에 공양하러 갈 때 그분께서
는 그분의 습관대로 뒤에 남아 계셨다. 우리 대중들이 모두 나가는 시간에 정사를 다니시면서 둘러
보신다. 쓰레기가 있으면 치우고 깨끗하지 못한 곳은 비질을 하신다. 제자리에 놓이지 아니한 물건
은 잘 정리하신다.
나무 아래 조용히 앉아서 수행하던 라훌라를 우리 모두 조심스럽게 비켜 갔다. 그의 아버지가 직접
주신 것이니 우리들이 어느 한 가지라도 참견하는 것은 적당치 않았다.
그러나 마하 사리불 테라께서는 그의 전계사 스승님 이시다. 그래서 우리들처럼 그냥 비켜 지나치
시지 아니하고 아나빠나 까마타나(수식관) 수행법을 주셨다. 자기의 내쉬는 숨과 들이쉬는 숨에 차
례대로 따라서 알아차리는 수행이다.
라훌라는 음식의 영양분 대신 이 수식관 수행의 영양으로 조용히 수행을 하고 저녁 무렵에 부처님
께 왔다. 그때 나와 같이 만나서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 것이다. 우빠사야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라훌라는 수식관으로 하루를 보냈지만 원하는 목적에 이른 것 같지는 않았다.
“부처님,
수식관 수행을 이익이 크도록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아들 되는 이가 알고 싶은 것을 여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들 라훌라의 원함을 따르지 아니하셨
다. 아들이 여쭌 수행법을 대답하시지 아니한 채 그보다 더 중요한 수행을 설해 주셨다.
“라훌라여! 나 붓다의 몸과 연결해서 ‘나는 아름답다, 보기가 좋다’라고 생각지 말라. 네 몸을 자세
히 보아라. 털, 손톱, 발톱, 창자 등 메스꺼울 만큼 혐오스러운 무더기 무더기일 뿐이다. 몸의 기초
뿌리를 조사해 보면 흙의 성분(빠타위 다뚜)와 물의 성분(아뽀 다뚜)들이 덮어씌우고 허공의 성품
(아까사 다뚜)이 사이사이에 있다.
다섯 가지 무더기일 뿐인 이 몸을 ‘나, 나의 것’이라고 집착할 것은 어디에도 없는 것인 줄 알아야
한다.“
“라훌라여! 더러운 것들과 관계될 때 흙, 불, 바람, 불, 이 네 가지 성품들에 더러운 것은 더러운대
로, 혐오스러운 것은 혐오스러운 대로 그 성품 그대로 똑같이 조용히 놓아두어서 수행에 가면, 좋아
함이나 싫어함이라는 부딪침들이 너의 마음속을 덮어씌우지 아니할 것이다.”
갈망과 욕심의 진흙 수렁에 눈이 홀려서 따라가던 라훌라에게 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것이다.
-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