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길로 들어선 라훌라가 나이 스무 살이 채워지자 비구가 되었다. 새 비구인 라훌라의 얼굴은
깨끗하니 맑았다.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아서 이 교단 안의 생활에 즐거워하는 좋은 증거이다. 아
라하따 팔라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기초적인 마음이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활짝 활짝 피어날 날을 기다리던 라훌라 연꽃송이가 어느 날 햇빛과 딱 알맞게 만나게 되었다. 햇
님 왕의 친척이신 부처님께서 공양을 드신 다음 안다와나 숲으로 가셨다. 라훌라도 깔개를 어깨에
얹고서 떨어지지 않고 바싹 따라갔다.
그 전에 걸식하러 갈 때처럼 그의 앞에 천천히 옮겨가시는 큰 황금산을 자세히 바라보면서 따라갔
다. 그러나 그 황금산에서 그 팔, 그 다리, 발들은 바라보지 않았다. 큰 황금산과 이어진 작은 황금산
의 아름다운 모습에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뒤에 따라가면서 자세히 바라보는 모습이 예전처럼 나의 아버님이라는 생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
라 활짝 피기 직전 뭉쳐진 지혜를 활짝 피도록 햇볕을 쬐어 줄 은혜로운 분으로서 존경하고 존중하
는 모습이었다.
나의 마음에 웃음을 떠올리게 하는 라훌라, 스승님의 말씀은 작은 것 하나도 어기지 않고 따르는
라훌라, 이 교단 전체가 그를 아끼고 귀여워해 주지만 조금도 교만심이 없이 차분한 라훌라, 그 라훌
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지혜로 부처님 뒤를 따라간다.
안다와나 숲에서 돌아올 때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 모두 하라하따 팔라의 똑같은 위치가 되어서 돌
아왔다. 라훌라에게 아라하따 팔라에 이르도록 이끌어간 법문이 전에 말씀드린 것과 같다.
이 몸 위에 ‘나, 나의 것’이라고 취할 것이나 가질 것이 없음을 설하셨다. 그 뜻을 분명하게 하려고
네 가지 성품과 아까타(허공)의 성품으로 비유를 들어 주셨다.
지금 안다와나 숲에서도 그 법의 뜻을 여섯 가지 종류와 다섯 무더기를 자세하게 구분해서 설해 주
셨다. 눈(쌔쿠), 보이는 대상(루빠), 안식 작용(쌔쿠윈냐나), 닿음(파싸), 느낌(왜다나), 생각(산냐),
생각의 구성(상카라), 인식 작용(윈냐냐) 등을 한 무더기로 하여 눈에도 다섯 무더기, 코 ∙ 혀 ∙ 몸 ∙
마음에도 다섯 무더기씩 구분하여서 설해 주셨다.
신심, 노력, 알아차림, 선정, 지혜, 이 다섯 가지 능력(인드리야)이 성숙해 있었다. 라훌라가 묻는
것마다 자세하고 정확하게 대답해 주셨다. 그 법문으로 라훌라의 비구 수행자로서의 일도 끝이 났
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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