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마음속으로 그리며 눈여겨보았던 미국의 대륙분수령 트레일, CDT(Continental Divide Trail)를 마침내 걸을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오는 6월 16일, 라스베가스와 솔트레이크시티를 거쳐 몬태나주의 작은 도시 뷰트(Butte)에 도착합니다. 이곳 공항에서 렌터카를 수령해 사흘간 머물며, 우체국을 통해 트레일 거점 곳곳으로 보낼 식량 박스들을 신속하게 발송할 예정입니다. 또한,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옐로우스톤과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을 차량으로 둘러볼 계획도 세웠습니다. 이 국립공원들로 이동하는 도중에는 향후 제가 직접 걸어서 지나가게 될 트레일 주변의 숙소들을 방문하여, 보급 상자를 대면으로 직접 건네주는 촘촘한 물류 작전도 겸하게 됩니다.
보통의 SOBO(남진) 하이커들은 눈이 많이 녹아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7월 초순에 캐나다 국경의 글레이셔 국립공원에서 출발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플립플롭(Flip-Flop)’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6월 21일 뷰트를 기점으로 출발하여, 캐나다 국경을 향해 북쪽으로 약 700km를 먼저 치고 올라가는 북진(NOBO) 여정입니다. 국경에 도달한 후에는 다시 버스와 기차를 이용해 베이스캠프인 뷰트로 내려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부터 멕시코 국경을 향해 본격적으로 남하하며, 장장 4,000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대장정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 여정의 최대 분수령은 콜로라도주 구역입니다. 평균 고도 4,000m에 달하는 로키산맥의 웅장한 능선을 지나야 하기에, 본격적인 겨울 눈 폭풍이 찾아오고 기온이 급강하하기 전에 부지런히 이 높은 장벽들을 넘어서야만 유리합니다. 반면, 마지막 주자인 뉴멕시코주는 사막 지대로 접어들며 고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11월에도 큰 무리 없이 운행이 가능합니다. 다행히 몇 년 전 뉴멕시코 구간을 북진으로 완주했던 귀중한 경험이 있어, 이번 남진의 마무리 길은 한결 익숙한 발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
오직 걷는 행위 그 자체에만 온전히 집중하여 매일 묵묵히 나아간다면, 오는 11월 중순경에는 저 멀리 멕시코 국경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트레일 위에서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