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가 보고 싶어? 테마가 있는 동해안 여행지 6곳
홍지연 여행+ 에디터
매일경제
새해가 되면 일부러 몸을 바삐 움직인다. 작심삼일일지언정, 운동도 시작하고 본다.
여행도 이때만큼은 고행 삼아 한다. 찬 바람을 이기고 땀에 절은 몸을 씻어낸 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시간을 받아들인다. 설 연휴마다 산으로 바다로 자연으로 바삐 가는 이유다.
주어진 시간은 딱 4일. 짧다고 아쉬워 말고 보석 같은 국내 여행지로 떠나보자.
짧게는 40분 길게는 7시간 남짓한 걷기 길을 따라 걸으면 자연스레 몸과 마음이 재정비된다.
1. 역사·문화·휴식이 고루 담긴 관동별곡800리길
강원도 강릉
커피전문점이 몰려있는 안목해변
강릉 선교장
송정해변 송림
해안누리길은 해양수산부에서 지정한 도보 여행길로 전국에 모두 53곳이 있다. 동·서·남해안은 물론 제주도와 울릉도까지 1300리에 걸쳐져 있는 해안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선별했는데, 관동별곡800리길도 그중 하나다. 강원도 강릉의 명승지 경포대에서 시작한 길은 먼저 내륙을 훑는다. 경포호 주변 명소를 두루두루 거쳐가도록 길을 냈다. 호수 바투 붙어있는 가시연 습지를 지나면 강릉 선교장이 나온다.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처음 지어 300년 이상 전통을 가진 대저택이다. 안에서는 각종 전통문화체험과 고택체험도 할 수 있다. 생태 저류지에서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이야기가 담긴 오죽헌이 지척이다.
다시 경포호수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둘레를 따라 반 바퀴 돌아나가면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 길은 총 해수욕장 4곳을 거친다. 위부터 차례로 경포·강문·송정·안목해변이다. 가장 좋은 부분은 강문해변을 지나서부터다. 안목해변까지 솔숲이 약 3㎞ 정도 펼쳐지는데, 다른 곳에 비해 덜 붐비고 바다와 소나무가 어우러지는 새파란 풍경을 원 없이 눈에 담는다. 다양한 커피전문점이 늘어선 안목해변에서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데우면 완벽한 마무리. 길은 총 15㎞으로 4시간이 걸린다. 거리 때문에 난이도는 ‘어려움’ 책정됐다. 코스 전체가 완만한 경사도를 유지해 걷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2. 소담해서 더 눈길 가는 동해 논골담길
강원도 동해
동화 같은 논골의 야경
묵호항과 묵호등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걷기 길을 원한다면 강원도 동해 논골담길을 추천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총 길이 1.2㎞ 달동네 골목길을 따라 묵호항에서 시작해 논골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묵호등대에 올랐다가 다시 바닷가로 내려온다. 중간중간 모습을 보이는 사진 포인트마다 쉬어 가도 4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1980년 시로 승격되기 전까지 동해의 중심은 묵호항이었다. 고깃배들이 모이고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던 묵호는 오래도록 동해의 경제 중심지였다. 찬란했던 묵호의 영광은 지금 정겨운 벽화로 분해 마을에 깃들었다.
80년대 이전 논골마을에는 2만명 넘게 살았다. 해변을 따라 여인숙·다방·대포집이 줄을 이었고 계절과 밤낮 할 것 없이 장사가 잘됐다. 마을 사람들은 명태로 먹고 살았다. 항구에서 명태를 받아다 산꼭대기 덕장까지 나르고 일당을 받았다. 80년대 이후 덕장이 줄기 시작해 지금은 다섯 집이 채 남지 않았다. 스산한 달동네가 될뻔했던 마을은 2010년부터 새 단장에 들어갔다. 동해문화원과 마을 주민이 나서서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100점이 넘는 벽화엔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가 실하게 담겼다. 마을 어디에서든 묵호항과 짙푸른 동해가 오롯이 담겨온다.
3. 바다를 소망하며 걷는 영덕 블루로드A
경북 영덕
경북 영덕 블루로드는 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에서부터 남정면 대게공원까지 총 64㎞의 해안길이다. A·B·C·D 총 4개 코스로 나뉘었는데, 북쪽에서부터 C→B→A→D 순으로 이어진다. 4개 코스 중 A코스를 추천한다. 강구 터미널에서 시작해 고불봉을 지나 해맞이공원까지 이어지는 A코스는 총 길이 18㎞로 완보하려면 7시간 30분이 걸린다. 길이도 길지만 산 능선을 타고 가기 때문에 난이도가 ‘어려움’으로 책정됐다. A코스는 끝부분 해맞이공원 말고는 바다와 멀찌감치 떨어져서 간다. 가까운 듯 멀어지는 바다를 소망하며 걸을 수 있다. 중간중간 영덕풍력 발전 단지와 영덕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정크 트릭아트 전시관 등 다양한 볼거리도 만난다. 종점 해맞이공원에는 대게 집게발 모양으로 생긴 창포말등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일출 명소다.
4. 호미곶에 깃든 전설을 따라서 연오랑세오녀길
경북 포항
경북 포항에 호미곶이 있다. 연오랑세오녀길은 호미반도를 둘러 가는 해안둘레길의 중 1코스에 해당한다. 호미곶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 줄은 몰라도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한반도 모양을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포효하는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꼬리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어 호미곶(虎尾串)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총 25㎞로 모두 5개 코스로 구성됐다. 1코스 연오랑세오녀길은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해와 관련한 설화의 현장을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근처에는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 해맞이광장이 있으며,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무대인 구룡포도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구룡포 주변은 과메기, 대게로도 유명하다. 총 거리 6㎞로 1시간30분이 걸리고 난이도는 ‘쉬움’이다.
5. 연인과 함께라면 더 좋은 간절곶 소망길
울산
동해안에서 맨 먼저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 간절곶에는 이름도 어여쁜 소망길이 있다. 진하리 명선교에서 시작해 해안을 따라 신암항까지 10㎞를 가는데, 자잘하게 다섯 코스로 나누고 각각에 연인의 길, 낭만의 길, 소망의 길, 사랑의 길, 행복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안을 따라 산책하듯 걸으면 넉넉하게 4시간30분이 걸린다. 5개 코스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건 간절곶을 지나는 소망의 길이다. 소망의 길은 높이 5m, 무게 7톤에 달하는 거대한 소망우체통에서 시작된다. 70년대에 사용된 옛 우체통을 본떠 제작해 2006년에 지금 자리에 설치했다. 단순한 포토존이 아니라 우편물 수거 기능을 하는 진짜 우체통이다. 우체통 뒤로 100년 이상 불을 밝힌 간절곶 등대가 서 있고, 이국적인 풍차가 운치를 더한다. 연인과 함께라면 대송항 방파제 끝에 있는 프러포즈 등대를 잊지 말자. 등대에 서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와 낭만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6. 해파랑길 2코스
부산
동해안 걷기여행 끝판왕은 해파랑길이다. 장장 770㎞에 달하는 해파랑길은 부산에서부터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총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2010년 9월에 개통한 대한민국 최장 해안길로 부산·포항·영덕·동해·속초·고성 등 11개 시·군을 넘나든다. 무수히 많은 해변과 항구, 어촌마을을 연결하고 지역의 명승지와 관광지도 필수로 거쳐 가도록 길을 내 볼거리도 풍성하다. 길의 시작부터 끝까지 동해가 함께하는 건 물론이다. 50가지 코스 중 입문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건 2코스다. 부산의 대표 명소 해운대에서 시작해 지금 가장 핫하다는 기장까지 잇는 길이 바로 2코스다. 총 17㎞로 완보하려면 5시간이 걸리지만 달맞이공원과 청사포, 해동용궁사 등 볼거리가 곳곳에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홍지연 여행+ 에디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