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열혈 필기하더라” 졸던 대치맘 정신 번쩍 든 장면
에디터 박수련 장주영 심서현 중앙일보
[기업인 연구] 이부진과 정유경
한국 사회에서 ‘이부진과 정유경’은 하나의 현상이다. 막대한 부를 승계한 재벌 3세들. 그러나 대중은 그들에게서 치열하게 자녀를 키운 ‘대치맘’과 ‘아이돌맘’, 혹은 오빠와 경쟁해 제 몫을 받아낸 ‘K-장녀’의 모습을 보고 선망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장자 중심의 한국 재벌가에서 흔치 않은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지난 10년간 한국 면세 산업의 폭발적 성장기에 승승장구했으나, 변화된 경영 환경은 이들에게 새로운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부진과 정유경은 준비된 리더인가.
재벌을 연예인처럼 소비하는 대중의 심리는 무엇이며, 당사자들은 이를 어떻게 수용하며 사업에 활용하고 있나.
이부진과 정유경을 통해 The JoongAng Plus가 한국의 여성 재벌 오너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를 연구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026년 2월 9일 서울 강남구 휘문고에서 열린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선 26학번 신입생 입학식이 열렸다. 자녀의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수천명의 부모 사이에서 어느 여성 한 명에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었다.
이날 이 사장도 여느 부모처럼 아들 임모 군의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대를 찾았다. 이 사장과 마주친 이들은 연예인을 만난듯 신기해하고 반가워 했다. 그를 얼싸안으며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당황스러울 법한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웃으며 인사하는 이 사장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는 540만에 이른다. 댓글도 “응원한다” “아들 잘 키웠다” 등 호의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최근 이부진 사장은 학부모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학부모들의 ‘셀럽’이다. 자녀 교육에 헌신적인 싱글맘이자, 학부모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엄마 이부진’의 모습에 보통의 부모들이 환호한다.
특히 2025년 12월초 당시 휘문고 3학년이던 이 사장의 아들 임모군이 2026학년도 서울대 경제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적 관심이 급증했다. 박선영 전 국회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육에 관심 많은 엄마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보름 가까이 이부진이 키워드”라며 임군의 수능 성적 및 서울대 합격 소식을 전하며 언론에도 보도됐다.
이 사장은 아들 교육을 위해 용산구 한남동에서 강남구 대치동으로 전입했다. 아들이 휘문중·고교에 다닌 6년동안 학교 행사에 참석한 이 사장을 봤거나, 대치동 학원 앞에서 아들을 데리러 온 이 사장을 만났다는 목격담은 수도 없이 많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징(오른쪽)이 2026년 2월 9일 서울 강남구 휘문고에서 열린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해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왼쪽)과 아들의 공연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뉴스1
예를 들어, 대치동에서 한 학부모가 2~3시간씩 이어지는 학원 입시설명회에 갔다가 잠깐 졸다는데, 눈을 떠 보니 옆에서 이부진 사장이 설명회 내용을 열심히 필기하고 있더라는 거다. 이 모습을 본 학부모가 ‘재산이 수조원인 이부진 사장도 저렇게 열심히 입시 대비를 하는데 내가 뭐라고 힘들어하나’ 하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는 경험담은 유명하다.
이 사장 모자를 보는 학부모들의 시선에 대해 대치동 교육 컨설턴트의 분석은 이렇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성적은 마음대로 안 되죠. 학생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부모의 노력도 필요해요, 특히 모든 애들이 다들 열심히 하는 대치동에선요. 대치동은 그 노력의 가치를 정말 높이 평가하는 곳인데, 재산이 수조원인 이부진 사장도 저렇게까지 아들을 위해서 하는 마당에 ‘내가 뭐라고’ 힘들어하나 하면서 자극받은 부모들이 많았죠.
- 윤미리 인사이드대치 대표 -
‘맹모 이부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이전에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지점 철수 같은 경영적 판단에 대한 평가나, 공개 석상에 이 사장이 입고 나온 옷이나 가방에 대한 호기심을 뛰어넘는다.
중앙일보는 바이브컴퍼니의 온라인 여론 분석도구 ‘썸트렌드’를 활용해 2025년 5월~2026년 5월까지 1년간 ‘이부진’에 대한 온라인 버즈량(언급량)을 분석했다. 이 기간 버즈량은 우상향 흐름을 보였는데, 2025년 9월쯤 인천공항면세점 사업권 반납 결정으로 뉴스 채널에서 버즈량이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 거의 모든 채널에서 버즈량이 급등한 건 지난해 연말부터다.
차준홍 기자
이부진 사장의 아들 임군의 서울대 수시 합격 소식이 알려진 시기(2025년 12월)와 이 사장이 임군의 휘문고 졸업식 및 서울대 입학식에 참석하며 관련 콘텐트가 급증한 시기(2026년 2월)였다. ‘호텔신라 대표 이부진’보다 ‘맹모 이부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 뜨거웠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