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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시

작성자자부리|작성시간26.06.12|조회수67 목록 댓글 0

국립대전현충원 둘레길을 걷고서,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읽어봅니다.

필자의  꽤 오래된 시 모음집 속에서 꺼내 봅니다.

매우 긴 시지만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시로 옮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  윤  숙

 

   (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듣노라 !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씨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과 가시숲을

이순신같이, 나폴레옹 같이 시이저 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모스크바 크레믈린 탑까지 밀어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죽음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주고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로움을 위안해주지 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나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리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나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오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싼 군사가 다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시 오지 않으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

이리와 사자 떼가 강과 산을 넘는다.

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

서백리아(/시베리아) 먼 길에 유랑을 떠난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 체 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보다 강하다! 강하다 !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 !

그 억센 팔 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 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 몸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유쾌히 이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

 

(반복)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1950년 8월 그믐 광주 산곡에서

 

  (*출전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음 : 여기 “광주”는 경기도 광주를 말함)

 (** 필자가 이 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60년경 중학교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읽어 주신 것을 받아 적은 것이 그 시초요,

    나중에 중앙공론사에서 1983년에 발행한 글을 참조 비교한 것임)  

 

                                             (2026.06.12 (금) 카페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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