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장용길화백 * '겨울메모' / 황인찬 책상을 가운데 두고 너와 마주 앉아있던 어느 겨울의 기억 학교의 난방시설이 온통 고장 나는 바람에 입을 열면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어지던 저녁의 교실 네가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퍼져가는 모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는 생각 뭐 보느냐고 네가 묻자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 너 라고 대답하고 말았던 그날 * 가정법 고백 / 박상천 사랑 고백을 해 본 사람은 안다. 그 한마디를 입에서 꺼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사랑 고백을 해 본 사람은 안다. 김승옥이 무진기행에서 '<사랑한다>라는 그 국어의 어색함'이라고 했던 의미를. 고등학교 시절 나는 그녀에게 고백하고 싶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가슴에 눌러둔 그 한 마디를 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며 그 한마디를 하고 싶었지만 입안의 침만 마를 뿐,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는 어두운 골목길에 이르러 그녀에게 고백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어쩌겠니' 오, 어리석었던 가정법 고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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