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민 / 나태주 미스 강 미스장 미스진 그 흔한 술집 성씨 중의 하나인 미스 민 아버지 어머니가 물려주고 지어준 성씨와 이름은 아예 어느 시구창에다 버리고 왔는지 그냥 미스민 어느 해 여름날 밤이던가 미친 바람이 불어 찾아간 부여의 뒷골목 이름조차 아리송한 후진 맥주집 그녀도 한 마리 짐승이 되고 나도 한 마리 짐승이 되어 만난 미스 민 실컷 지껄이고 웃고 실컷 술 마시고 그냥 그렇게 그날 밤 헤어졌는데 그 뒤로 얼마의 세월이 흘렀던가 어느 날 공주의 뒷골목 청솔이란 술집에 찾아갔더니 아, 거기 미스 민이 와있는게 아닌가 실은 나는 언제 그녀를 만났는지 어디서 만났는지 깡그리 잊어먹고 있었는데 그녀는 나르 보자 담박 알아보는 게 아닌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났는지 그 모든 것들을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날 밤 내가 적어준 시 메모쪽지까지 손지갑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때의 그 부끄럽던 마음이라니....... 더렵혀질 대로 더렵혀진 나의 마음에 비하여 그녀는 얼마나 깨끗한 순정을 지닌 이 나라의 아름다운 한 사람 아낙이던가..... 알아주는 사람 있으나마나 제멋대로 피었다 제멋대로 지는 서럽도록 노랗고 파란 우리나라 들꽃인 달맞이꽃이나 달개비 아니면 꼭두서니 같은 미스 민 술을 많이 마시면 피가 더러워져서 살이 찌고 얼굴빛이 검어져요 슬프게 웃으며 말하던 술집 성씨 미스 민. (1990) 나태주 대표시 선집 걱정은 내 몫이고 사랑은 네 차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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