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년 6월 23일(화요일)
무창포불교대학 불심사 아침방송
주제 : “감사는 가장 쉬운 수행입니다.”
법우 여러분, 우리는 흔히 수행이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합니다. 깊은 산중 선방에서 오랜 세월 참선하는 모습, 수천 배의 절을 올리는 모습, 오랜 시간 경전을 독송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물론 그러한 수행도 매우 귀중한 수행입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수행이 반드시 특별한 장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가운데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으며, 아무런 준비도 필요하지 않은 수행이 있습니다. 바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오늘 법문의 제목을 「감사는 가장 쉬운 수행입니다」라고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감사는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감사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감사는 나이가 많아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젊어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감사는 건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든지 할 수 있으며,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수행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감사는 가장 쉬운 수행인데 가장 놓치기 쉬운 수행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은혜를 받고 살아갑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이미 수많은 은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숨을 쉬는 것도 은혜입니다. 심장이 뛰는 것도 은혜입니다. 물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은혜입니다. 햇빛을 볼 수 있는 것도 은혜입니다.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있는 것도 은혜입니다. 말할 수 있는 입이 있는 것도 은혜입니다.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것도 은혜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익숙해지면 감사함을 잊어버립니다. 매일 받는 은혜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매일 마시는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숨쉬기 어려워지면 그제야 공기의 고마움을 알게 됩니다. 건강할 때는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다가 병원에 누워서야 건강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늘 곁에 계실 것처럼 생각하다가 떠나신 후에야 그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됩니다. 부부도 그렇습니다. 자녀도 그렇습니다. 친구도 그렇습니다. 곁에 있을 때는 당연하게 여기다가 멀어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잃고 나서 깨닫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을 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증일아함경에서 은혜를 아는 마음을 매우 중요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은혜를 아는 사람은 드물고, 은혜를 갚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도 많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은혜를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적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은혜를 아는 마음을 복덕의 씨앗이라고 말합니다. 감사가 없는 마음에서는 복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원망과 불평 속에서는 행복이 피어나기 어렵습니다. 마치 잡초가 무성한 밭에서는 곡식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감사는 마음 밭을 기름지게 만드는 거름과 같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의 마음은 부드러워집니다. 감사하는 사람의 얼굴은 밝아집니다. 감사하는 사람의 말은 따뜻해집니다. 감사하는 사람의 삶은 평화로워집니다. 반대로 불평이 많은 사람은 늘 괴롭습니다. 좋은 일이 있어도 부족한 것만 보입니다. 열 가지를 얻어도 한 가지 부족한 것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감사하는 사람은 다릅니다. 열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 있어도 그 한 가지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행복의 크기는 가진 것의 크기가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의 크기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어느 노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감사하는 사람이다.” 참으로 깊은 말씀입니다. 같은 밥을 먹어도 감사하며 먹는 사람과 불평하며 먹는 사람의 마음은 전혀 다릅니다. 같은 집에 살아도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을 느끼고 불평하는 사람은 부족함만 느낍니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감사하는 사람은 복을 쌓고 원망하는 사람은 괴로움을 쌓게 됩니다. 그래서 감사는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힘입니다. 감사는 상황을 바꾸기 전에 먼저 마음을 바꿉니다. 그리고 마음이 바뀌면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뀌게 됩니다. 사실 우리가 힘든 이유 가운데 상당수는 현실 때문이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 때문입니다. 같은 비가 내려도 어떤 사람은 농작물이 잘 자라겠다며 감사하고 어떤 사람은 불편하다고 불평합니다.
같은 나이를 먹어도 어떤 사람은 살아온 세월에 감사하고 어떤 사람은 늙어간다고 괴로워합니다. 같은 하루를 보내도 어떤 사람은 무사히 보낸 것에 감사하고 어떤 사람은 부족한 것만 생각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삶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감사입니다.
법우 여러분, 오늘 아침 잠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감사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누구의 은혜 속에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 가운데 무엇이 사실은 큰 복이고 큰 은혜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수행은 시작된 것입니다. 감사는 특별한 수행이 아닙니다. 감사는 수행의 시작입니다.
법우 여러분, 우리는 앞서 감사가 가장 쉽고도 가장 중요한 수행이라는 말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부처님께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셨을까요. 그것은 감사가 단순한 예의나 인사말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삶을 바꾸는 수행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감사는 마음의 방향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바꾸며 결국 우리의 운명까지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늘 부족한 것을 찾아다니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중생의 마음입니다. 이미 받은 복은 잊어버리고 받지 못한 것만 바라봅니다. 이미 가진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가지지 못한 것만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고 늘 부족함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괴로움의 시작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괴로움의 원인을 탐욕과 집착에서 찾으셨습니다. 더 가지려는 마음, 더 얻으려는 마음, 더 좋은 것을 원하는 마음이 끝없이 일어나기 때문에 괴로움도 끝없이 이어진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감사하는 마음은 이러한 탐욕을 다스리는 좋은 약이 됩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이미 받은 복을 바라보고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감사는 부족함을 보는 눈이 아니라 채워진 것을 보는 눈입니다. 감사는 없는 것을 세는 마음이 아니라 있는 것을 헤아리는 마음입니다. 감사는 잃어버린 것을 붙잡는 마음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감사가 깊어질수록 욕심은 줄어들고 욕심이 줄어들수록 마음은 편안해지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감사하는 사람은 대체로 마음이 밝고 평온합니다. 물론 그 사람에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몸이 아플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으며 가족 문제로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감사할 것을 찾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감사가 마음을 지탱해 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도 늘 불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건강도 있고 재산도 있고 가족도 있는데 만족하지 못합니다. 남과 비교하며 괴로워하고 이미 가진 복을 잊어버린 채 부족한 것만 바라봅니다. 그러니 행복이 가까이에 있어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스님, 감사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감사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사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사할 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뜰 수 있었고 두 발로 걸을 수 있었으며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면 이미 큰 복을 받은 것입니다.
병원에 가 보면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요양원에 가 보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가보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하루가 얼마나 귀한 축복인지를 알게 됩니다. 평범한 하루는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수많은 인연과 은혜가 모여 이루어진 선물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특별한 날에만 감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만 감사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수행자는 평범한 날에도 감사할 줄 알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감사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가 서로 의지하여 살아간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를 연기(緣起)의 가르침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먹는 밥 한 그릇에도 농부의 땀과 햇빛과 바람과 비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내가 입는 옷 한 벌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스며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온통 은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교만입니다. 감사가 사라질 때 교만이 생기고 교만이 커질수록 사람은 은혜를 잊게 됩니다. 은혜를 잊으면 겸손도 사라지고 겸손이 사라지면 수행의 길도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감사는 겸손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자신이 혼자 살아온 것이 아님을 압니다. 부모님의 은혜를 알고 스승의 은혜를 알며 가족과 이웃의 은혜를 압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인연의 도움으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한 깨달음이 사람을 낮추고 부드럽게 만들며 자비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게 합니다.
법우 여러분, 나이가 들수록 더욱 필요한 수행이 바로 감사 수행입니다. 젊을 때는 앞으로 이루어야 할 일이 많지만 나이가 들수록 돌아보아야 할 시간이 많아집니다. 그때 원망과 후회만 남아 있으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러나 감사가 남아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을 것입니다. 억울한 일도 있었고 눈물 흘린 날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지나 오늘 여기까지 왔습니다.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 속에서도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고 나를 일으켜 세워준 인연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감사입니다.
감사는 과거를 아름답게 만들고 현재를 풍요롭게 만들며 미래를 밝게 만듭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지나온 삶을 원망으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오늘 하루를 축복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감사하는 사람은 내일에 대한 희망도 잃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사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삶의 태도입니다. 감사는 한두 번 하는 행동이 아니라 매일 실천하는 수행입니다. 절을 하듯이, 염불을 하듯이, 경전을 읽듯이 감사도 날마다 닦아야 하는 수행입니다. 매일 감사하는 사람의 마음은 점점 맑아지고 점점 따뜻해집니다.
오늘 하루도 법우 여러분께서 감사할 일 세 가지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건강하게 아침을 맞이한 것, 가족이 무탈한 것, 부처님 법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감사가 쌓이고 쌓이면 어느 날 마음속에 커다란 평화가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법우 여러분, 지금까지 우리는 감사가 왜 가장 쉬운 수행이며 또한 가장 소중한 수행인지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감사는 단순히 마음을 좋게 만드는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감사는 우리의 인연을 바꾸고 삶의 향기를 바꾸며 복덕을 키우는 힘이 됩니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인연을 만나기를 원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환경을 만나며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좋은 인연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만이 아닙니다. 감사하는 사람 곁에는 자연스럽게 좋은 인연이 모여들게 됩니다. 감사의 말은 사람의 마음을 열고 감사의 행동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불평과 원망이 많은 사람 곁에는 사람들이 오래 머물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좋은 인연도 불평 속에서는 지쳐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감사는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가장 쉬운 실천이기도 합니다. 가족에게 감사하고 배우자에게 감사하며 자녀에게 감사하고 이웃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우리의 삶은 한층 더 따뜻해지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은혜를 아는 사람이 귀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은혜를 아는 사람은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으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은 결국 공덕이 되어 자신과 이웃을 함께 이롭게 합니다. 감사는 마음속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보은(報恩)의 실천으로 이어질 때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됩니다.
법우 여러분, 감사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오늘 하루 무사히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한 끼 공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함께 웃을 사람이 곁에 있음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또한 힘든 일을 겪으면서도 그 속에서 배우게 된 가르침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좋은 일만 감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감사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습니다. 몸이 아플 때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감사할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감사는 괴로움을 없애 주지는 못하지만 괴로움을 이겨낼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어느 노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감사는 행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이다.” 참으로 깊은 말씀입니다. 행복한 사람이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복이 많아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사람이 복을 키워가는 것입니다.
법우 여러분, 오늘 하루를 시작하시면서 감사할 일 한 가지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드시기 전에도 감사할 일 한 가지를 다시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 작은 실천이 하루를 바꾸고, 하루가 모여 인생을 바꾸게 됩니다. 감사는 가장 쉬운 수행이지만 꾸준히 실천하면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수행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우리를 살게 해주는 모든 인연에 감사드리며, 부모님 은혜에 감사드리고, 가족과 도반들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난 인연에 깊이 감사드리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곳에는 미움이 줄어들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곳에는 평화가 찾아오며,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곳에는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함께 합니다.
법우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가득하시기를 축원드립니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