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과 토굴을 오가며 깔끔하게 정진하시는 분이 은사스님이 창건하시 절에 주지 소임을 보게 되었습니다. 은사스님의 복과 지혜는 대단하신 분이라 은사스님 인연으로 만나는 신도분들은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 로열층입니다. 호텔에서 공양 할 일이 많아지고 절 마당에는 고급승용차가 즐비하고, 어느 듯 소임 한 두 해 가면서 정진시절의 마음은 다 소멸되고 주지자리를 즐기며 ‘이 자리 할 사람은 나 밖에 없다’ 하는 자만심(自慢心)을 내고 그 마음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흔한 말로 주지자리를 말뚝 박겠다고 무리수를 띄우고, 결국은 은사스님, 승가(僧伽), 신도님들의 상처만 남기고 본인은 다시 토굴로 들어갔습니다.
절집에서 처음 배우는 것이 무상(無常)입니다. 처사시절 처음으로 조계사에 가서 무진장스님의 제행무상 법문을 듣고 신심을 내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존재는 항상(恒常)함이 없다.’ ‘고정불변하지 아니하며 늘 변화한다.’ ‘다만 인연에 의하여 형성 되였다가 소멸한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중생 업력은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다 들 여기에 속고 헐떡거리며 사는 것입니다. 깨가 쏟아지는 자리도 인연이 다하면 떠나야하는 것이고 시궁창에서도 인연이 다하면 나오는 것입니다.
못이 박히도록 듣고 독송하는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모든 형상 존재가 꿈, 허깨비, 거품, 그림자 같다)’을 마음으로 깨쳐야 현상에 속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어서 업경대(業鏡臺)에 섰을 때 마음이 중요하지 ‘다 놓고 갈 것을 그렇게 집착하냐.’ 하며 눈물이 날 지경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현장에서는 아는 것과 마음으로 인증(認證)하는 것은 업력이 하늘과 땅이며 부처님 말씀, 진리를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은 소수라는 것입니다.
저도 무주선원 창건주이지만 주(主) 주인 주자 주인이 아니라 주(住) 머무를 주, 잠시 머무르다 간다고 원주(苑住)하였습니다. 다행히 이 자리에서 원적(圓寂)하여도 머무르다 가는 것이고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서 떠나도 머무르다 가는 것입니다. 귤 밭을 밀어내고 부처님을 모신 것으로 제 역할은 다 했고 다만 정법도량으로 오래 유지되기를 바랄뿐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승려의 양심만 가지고 정진하며 살면 나도 편하고 오시는 신도분도 편합니다.
나무아미타불
* 무주선원에 도라지 꽃 가을에 꽃이 더욱 선명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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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認性 작성시간 13.09.12 미타행자의 편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진솔한 생활을 접합니다. 답게 사시는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나무아미타불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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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청산 작성시간 13.09.15 여몽환포영!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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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다람쥐 작성시간 13.11.30 마음으로 인증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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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보리수나무 작성시간 14.06.14 스님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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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운 작성시간 18.10.12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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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