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용서(容恕)란
"'저 원수를 보되 부모와 같이 섬겨라.' <원각경>
중생이 성불 못하는 것은 마음속에 수많은 번뇌 망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많은 번뇌 가운데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증오심으로
미워하고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용서(容恕)'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
상대를 용서한다는 것은 나는 잘했고 너는 잘못했다,
그러니 잘한 내가 잘못한 너를 용서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상대를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하는 말입니다.
상대의 인격에 대한 큰 모욕입니다.
불교에서는 '일체 중생의 불성은 꼭 같다'고 주장합니다.
성불한 부처님이나 죄를 지어 무간지옥에 있는 중생이나
자성(自性) 자리, 실상(實相)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죄를 많이 짓고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겉을 보고 미워하거나 비방하거나
한층 더 나아가서 세속에서 쓰는 용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무리 죄를 많이 지은 악하고 나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부처님같이 존경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불교의 생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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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불교의 근본정신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원수를 보되 부모와 같이 섬긴다.‘
이것이 우리의 생활, 행동, 공부하는 근본지침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 성철스님, [자기를 바로봅시다] 장경각, 236~239쪽.
■ 상대는 가만히 있는데 내가 미워하고, 싫어하고, 좋아하고, 사랑한다.
내 마음이 만든 차별과 구별은 내 마음만이 없앨 수 있다.
남을 용서한다는 것은 내가 내 마음의 차별과 구별을 없애는 것이다.
용서(容恕)란 남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고 나를 용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