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분주한 하루였다.
도량의 케일과 상추를 수확해 10박스를 만들고 우체국 택배로 발송한 뒤, 고장 난 자전거를 손봤다.
김밥 한 줄을 챙겨 배낭에 넣고 곡성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섬진강댐까지 왕복 140킬로를 목표로 잡고 달렸다.
강변을 따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푸른 하늘 아래 섬진강 물결은 유유히 흘렀다.
향가터널을 지나 35킬로 지점에서 점심을 먹으며 잠시 쉬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스님, 잘 계시지요?
구기자차 20통, 산수유차 20통 보내주세요."
해인사 원당암에서 온 반가운 주문이었다.
구기자차는 이미 포장이 되어 있었지만 산수유차는 아직 포장을 하지 못한 상태.
잠시 고민했지만 곧바로 방향을 돌렸다.
목표했던 섬진강댐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미련은 없었다. 왕복 70킬로의 라이딩으로도 충분히 몸과 마음이 상쾌해졌기 때문이다.
아마 오래전 섬진강왼주 라이딩의 즐거운 기억이 떠올라 이틀 연속 자전거를 탔던 모양이다.
덕분에 마음 한켠에 남아 있던 라이딩에 대한 갈증도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도량으로 돌아와 산수유차를 정성껏 포장하고 나니 어느새 산중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천천히 도량을 한 바퀴 도는데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저녁 공기와 어우러진다.
오늘은 일도 했고
운동도 했고
주문도 받았고
자연도 만났다.
목표한 거리보다 적게 달렸지만 부족함은 없다.
더 멀리 가는 것보다 지금 해야 할 일을 기쁘게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시 배운 하루였다.
섬진강의 바람은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 주었고, 산중의 고요는 마음을 맑게 씻어 주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길을 달리고 저녁 무렵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것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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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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