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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님의 만남2- 제가 암에 걸린 게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대요

작성자dalma|작성시간16.07.06|조회수329 목록 댓글 7

혼자 아픈 게 아니라
친분 농도만큼 함께 아프다


“법정스님은 제게 새 이름 가운데 뻐꾸기 이름 밖에 아는 게 뭐가 있느냐면서 놀리기도 하셨어요. 또 대학원엘 갔을 때 비교종교학을 공부하는 것도 괜찮다든지, 중요한 터닝 포인트 때마다 조언을 해주셨어요. 지원자 담당을 할 때는 어린 나무는 뿌리를 잘 내려야 되니까 기초를 잘 잡아 줘야한다고도 하시고. 제게 야단도 치셨어요. 글씨 못 쓴다고. 편지를 두세 번 되풀이해서 읽어야 문맥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고.
제게 가끔 후원금을 홍콩 돈으로 보내는 엄마가 있었는데, 보내온 돈을 착착 접어가지고 스님 뵈면 맑고 향기롭게 후원금이라고 드렸어요. 그러면 스님은 ‘또 러브레터 주는 거야?’ 말씀하곤 하셨어요.
제가 환속한 친구 때문에 힘들어하면, 달래주는 편지를 주시고.
한번은 유명세 때문에 하도 힘들어가지고 스님께 여쭈려고 광주에서 베토벤음악감상실을 하는 정옥 보살님이랑 불일암을 찾았어요. 그 때 스님이 밭에 가셔서 손수 농사지은 케일을 따다가 갈아 주셨어요. 너무 써서 얼굴을 찡그렸더니 ‘대접을 하면 웃으면서 마셔야지. 소크라테스가 독약마시는 표정을 하고 있다.’고…….”
“스님은 명동성당에서 강연을 하시고, 길상사에서 열린음악회를 하면 추기경님과 제가 초대받고, ‘맑고 향기롭게’모임 10주년 때 기념 축시를 제가 썼어요. 저는 스님을 찾아가면 ‘공양 주세요.’했고, 스님이 제게 오시면 ‘성찬을 들자.’며 서로 상대 종교 용어를 썼어요.”


“글이 원래 그 사람 자체라는데, 스님 글은 따뜻하고 사랑을 향하면서도 문체는 무리지 않고 깔끔하기 그지없이 스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더군요. 제가 시인이니까 시인 언어로 표현하면 스님 글은 ‘눈 쌓인 산기슭에 서 있는 소나무’입니다.
스님께서 투병하시며 ‘맑고 향기롭게’회지에 쓰신 글도 아직 내 마음에 남아 맴돕니다. 사람이 아프게 되면 그 사람만 아픈 게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친분 농도만큼 같이 앓게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평소 우리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점을 스님은 적절한 말씀과 본질을 꿰뚫는 시선으로 드러내셨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님 글을 사랑하고, 그 글과 어울리는 그 어른 성품을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무소유는 철저하게 공동소유


법정 스님이 아끼던 난초를 바람 쏘이려고 바깥에 놔두고 깜빡 잊고 나들이 갔다가 뒤늦게 그 일을 떠올리고 허겁지겁 돌아와 보니 뜨거운 햇살을 받은 난초 잎이 축 늘어져 있어 안타까워했던 일이 있었다. 그 뒤 스님은 가까운 지인에게 난초를 들려 보내고 나서 얽매임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글에 쓴 적이 있었는데, 언젠가 기자들이 법정 스님 마음을 묶어둔 난초이야기를 하면서, 수녀님 마음을 잡아둔 난초는 뭐냐고 물었다.


이해인 수녀는 돈이나 모든 살림을 공동체에서 관리를 해주니까 조개껍질 몇 개와 솔방울 몇 개가 당신 마음을 붙들어 맬까 다른 건 없다고 답을 했단다.

살림을 공동체에서 해 준다는 말씀 끝에 인세 쓰임새가 궁금했다. 이태 전 법정 스님이 원적에 드셨을 때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 가운데 하나가 스님 인세는 어디에 어떻게 썼느냐 이었기에.

“저는 계좌번호는 앵무새처럼 달달 외우지만 만들 때 말고는 통장을 본 적이 없어요. 그저 한 해를 마감할 때 그동안 들어온 인세가 얼마나 되는지 경리과에 뽑아달라고 부탁해요. 출판사에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 하니까요. 저도 사람이기에 궁금할 때도 있어요. 그러나 얼마가 들어왔는지 보게 되면 다른 맘이 생길 수도 있고, 또 옛날엔 이만큼 벌었는데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고 해서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아요. 이곳에 들어올 때 청빈서원을 하고 모두 공동소유이기 때문에, 제게 도움을 청하는 이웃이 있으면 수녀원에다 ‘좀 도와주십시오.’올려서 수녀원 이름으로 돕지. 제 이름으로 하는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에요.”
무소유는 철저하게 공동소유를 가리킨다.


제가 암에 걸린 게 위로가 된대요


몇 시간을 이야기 나누다보니 ‘내가 지금 암을 앓고 있는 분을 만나는 게 맞아?싶게 이해인 수녀는 한 마디로 ‘씩씩 명랑’모드다. 까닭이 뭘까?
“제가 밖에 살았으면 한 가정을 일궜겠지요. 그런데 수도생활을 하면서 가정을 꾸렸으면 갖지 못했을 많은 벗과 이웃을 다 친척처럼 여기게 되었어요. 게다가 병을 앓다보니까 한 순간순간이 너무나 소중해요. ‘어? 내가 살아서 움직이네.’언젠가는 다 내려놓고 떠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 용서 못할 일이 없고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놀랐어요. 아픔을 요리하고 받아들이는 제 방법에.
울고 짜고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외려 기쁜 거야. 이런 저를 보면서 ‘나 참 괜찮네.’하며 빙긋 웃어요. 아픔 가운데 진주를 발견한 이 기쁨.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몰랐을…….”


이해인 수녀를 따르는 암 환자들은 “수녀님 같은 분도 암에 걸리니까 내가 암에 걸린 게 죄는 아니다.” 또는 “수술을 앞두고 걱정이 되는 데 수녀님을 생각하면서 힘을 얻는다. 나도 수녀님처럼 암하고 동무가 되어 동행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면서 이해인 수녀도 암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편지를 보낸다.
“‘내 아픔조차도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이야? 선물이네.’

그러다 보니 푸념하고 한탄할 시간이 별로 없더라고요. 아픈 사람들이 친밀감을 느낀다니까 괜히 벙글벙글 웃게 돼요. 아픈 사람이 전보다 더 밝다고들 하죠.”
그렇기에 이해인 수녀가 머물면서 시를 쓰고 글을 다듬는 글터이자 작은 문학관인 서재는 암환자들에게나 그 밖에 다른 이들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는 ‘마법의 성’이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고 ‘명랑 씩씩’한 꿈이 샘솟는 곳이기에.


그 사람 일생이 내게 오는 건
이 순간뿐


“암 환자들이 대개 침울해요. 언제 또 병이 도질까.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 수녀원에도 암환자가 늘어가요. 안 되겠네 싶어서 아픈 사람 다 모이게 해서는, 아픔을 상징하는 가시달린 ‘찔레꽃’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암 환자 수녀님들 모이세요.’하기보다 ‘찔레꽃들 모이세요.’하면 듣기도 좋잖아요.

언론에 암 정보가 나오면 같이 나누기도 하고, 가끔 뭐 먹고 싶으냐고 물어서 나눠먹기도 하고, 얼떨결에 제가 ‘찔레꽃’ 대표이사가 됐어요. 왕언니.”  135쪽


이해인 수녀는 새로 암환자가 생기면 러브레터를 써서 보내고, 명랑 투병을 한다.

 다 나은 사람은 함박꽃이라고 부르면서 기꺼운 마음으로 강퇴시킨다. 지지난해, 간암으로 투병하던 찔레꽃 한 송이가 떨어졌다. 꼬박 한 해를 앓다가 돌아갔는데, 발병하자마자 ‘수녀님, 저도 찔레꽃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랬단다.


“그렇게 찔레꽃 학교에서 졸업한 그 수녀님은 비록 암에 걸려서 내일 당장 병원에 실려 가더라도 아직은 웃을 수 있으니 고맙다며 즐겁고 기꺼워했어요. 처음엔 재미삼아 찔레꽃 모임을 만들었는데 너무 좋아요. 저는 기억력이 좀 좋아서 누가 지나가는 말로 뭐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면, 기억해뒀다가 ‘수녀님, 이거 갖고 싶다 그랬지?’하고 주면 ‘아니, 수녀님한테 부탁드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하면서 눈이 동그래져요.

 ‘바람결이 전해주던데.’ 그러면서 줘요.

큰일은 못해도 매개 노릇을 잘해요. 기쁨 발견 연구회.”
그야말로 타고난 사랑을 주는 메신저. 기쁨 발견 연구회장이다.


“예기치 않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사람도 그전 같으면 냉정하게 맞았을 텐데,

요새는 ‘이게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는데’싶어서 선뜻 맞아들여요.

정현종 시인이 ‘방문객’이란 시에서

 ‘사람이 오는 일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한 사람 일생이 온다’고 했듯이, 그 사람 일생이 내게 오는 건 이 순간뿐인데

놓치고 후회 말고 잘해드리자. 그렇게 마음먹었어요.


어느 때는 몸이 고달프기도 하지만, 테레사 수녀님말씀처럼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지 뭐’ 이러면서 이 일이 성당에서 올리는 기도 못지않게, 주님께 찬미 영광 드리는 일이다. 사람들이 날 만나면 기쁘다니까 보여줄 수 있을 때 기꺼이 보여드리지 하는 마음이에요.”


이해인 수녀 기도는 날줄과 씨줄이 어우러지는 살갑고 도타운 정情이자 그리움이고 애틋함이다.  138쪽


변택주의 <가슴이 부르는 만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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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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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mandala | 작성시간 16.07.06 _()()()_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_()()()_
  • 작성자화심 | 작성시간 16.07.06 성불하시기를.....나무아미타불....()()()...고맙습니다....
  • 작성자현재 | 작성시간 16.07.06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합장
  • 작성자김종랑 | 작성시간 16.07.08 dalma님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작성자현현玄賢 | 작성시간 16.07.09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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