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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집 시

34집 시 작품(장동준)

작성자장동준|작성시간26.06.23|조회수17 목록 댓글 0

목젖에 걸린 시간

 

원두의 심장에서 검은 파도가 끓는다.

 

유리잔 속에서 안목 바다가 출렁이며

어제를 비춘다.

 

혀끝에 닿은 건 쓴맛이 아니다.

사라진 얼굴의 울음.

 

불에 그을린 원두는 작은 우주

쏟아진 물은 지워진 이름을 적신다.

 

그리움은 액체가 아니다.

목젖에 걸린 시간.

 

라떼 거품은 흰 베갯잇처럼 부풀다

입술에 스치면 안개

우유의 단맛은 오래된 편지의 냄새

따뜻함은 잊힌 체온을 되살린다.

 

에스프레소는 짧은 낙뢰

한 모금 번개가 심장을 깊게 저민다.

그리움은 달콤히 다가왔다가

쓰디쓰게 남는다.

 

잔의 바닥이 드러날수록

그리움은 차오른다.

 

 

지워지는 얼굴, 남아 있는 울림

 

경포호수는 오래된 책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달빛은 다른 얼굴을 내민다.

 

물결 위로 번지는 둥근 달은

은빛 잉크가 되어 

오늘을 적고 어제를 덮는다.

 

갈대숲은 바람의 손가락에 흔들리며

잊힌 이름을 다시 불러내고

소나무 숲은 검은 붓이 되어

달빛을 깊게 새겨 넣는다.

 

모래사장은 고요히 숨을 죽이고

호수는 수천 겹의 거울을 포개어

하늘의 시간을 반사한다.

 

호수의 달은 수천 번 바뀌었지만

물결은 늘 같은 이름을 부른다.

 

휴대전화 불빛이 스쳐 지나가도

갈대 끝에서는 달빛이 다시 살아난다.

 

겉의 얼굴은 파도에 지워져도

속의 울림은 바위처럼 남아

흔들리는 오늘을 지탱한다.

 

 

약력

등단년도: 2021

등단지: 강원교육문학회

문학상: 2025 K문화독립군 다짐공모전(전국 단위 대회) 교사 부분, 최우수상 수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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