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전》은 조선의 진보적 지식인, 박지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설이다.
1700년대 후반에 박지원이 쓴 한문 단편 소설로, 《열하일기》에 들어 있다. 《열하일기》는 박지원이 청나라를 다녀온 뒤 남긴 기행문으로 〈허생전〉을 비롯해서 〈호질〉등의 단편 소설들이 들어 있다.
박지원의 이 작품을 통해 조선 시대 양반의 허위와 위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지식인의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다.
《허생전》은 어떤 이야기인가?
남산골 살던 허생은 글 읽기를 좋아해 매일 글만 읽으며, 그의 아내가 바느질해서 번 돈으로 겨우 먹고살았다. 어느 날, 가난을 못 이긴 아내가 도둑질이라도 해오라고 악다구니를 쓰자, 허생은 크게 탄식하며, 글 읽기를 중단하고 집을 나섰다.
그 길로 허생은 한양의 제일 부자 변 씨를 찾아가 1만 냥을 빌려 안성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장의 흐름을 살핀 뒤, 시장에 있는 모든 과일을 사재기해서 큰 돈을 번다. 또한, 제주도에 가서는 말총을 모두 사들인 다음 되팔아 돈을 벌기도 한다.
그 후, 허생은 도적들을 데리고 무인도에 들어가 농사를 짓는다.
때마침 일본에 큰 흉년이 들어 허생은 또 큰 돈을 벌게 된다. 이후 글 아는 사람을 가려 함께 본토로 돌아와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고 남은 돈 10만 냥을 변 씨에게 갚는다.
소설 허생전을 보면 허균의 홍길동전과 비슷하다.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지식인 박지원이 조선의 지배계층을 향해 던진 메시지였다. 당시 양반 지식인 사회가 혜안이 있었더라면 후손들이 그렇게 비참한 삶을 살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여기서 작가, 박지원에 대해서 알아보자.
박지원의 집안은 조선 제일의 명문가로 할아버지 박필균은 높은 벼슬인 관찰사를 지냈다.
박지원은 머리 좋고 재주 높은 집안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세련된 교양을 쌓을 수 있었다. 그저 환경에 순응했더라면 한평생 잘 먹고 잘 살았으리라.
하지만 박지원은 열여덟 즈음부터 과거 급제만을 위한 공부에 회의를 느껴, 대과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바른길을 따라 올곧은 글쟁이, 올곧은 학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바로 이 부분이 박지원이라는 사람을 오늘날에도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다시 허생전의 소설 속에 들어가 보자. 허생은 왜 사재기를 했을까?
허생이 돈을 빌린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안성장에서는 과일을, 제주도에서는 말총을 사재기한 것이었다.
허생은 왜 굳이 '과일'과 '말총'을 사들였을까?
이는 조선이 양반 사회였던 것과 관련이 있다.
사회에서 지배층으로 행사하는 양반에게는 명예를 지키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명예를 지키고 체면을 차리기 위해선 제사를 지내고, 손님에게 번듯한 상차림으로 접대를 해야 하는데, 이때 반드시 과일이 올라가야 했다.
또 양반은 의복을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하는데, 머리에 망건을 두르고 망건 위에 탕건을 쓰고, 그 위에 갓을 써, 머리 위 복식을 갖춰야 했다. 이때 필요한 망건, 탕건, 갓의 주재료가 말총이었다.
결국 과일과 말총은 조선 시대 양반들의 필수품이었던 것이다.
박지원은 허생을 통해 양반의 허례허식을 풍자한 거라고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당시 조선은 왜 나라에 도둑이 들끓을까?
《허생전》을 보면 허생이 도적 떼를 찾아간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 도적 떼들은 너무나 어설퍼서 '무슨 도적 떼가 이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왜 이런 어설픈 도적 떼를 설정했을까?
조선 후기에는 정치와 행정의 기강이 무너져 수많은 백성들이 고통 받았다.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여기저기 떠돌거나 《허생전》의 도적 떼처럼 어설픈 도둑이 되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도적 떼의 모습에도 작가인 박지원이 파악한 당시의 모순이 드러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옛날부터 공부를 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것은 조상대대로 이어온 한 같은 것이었다. 공부만이 삶을 개선해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공부를 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까? 천만에... 지배계층의 질서 안에서 그저 평안을 원했던 것이었으리라.
박지원은 조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실학을 공부했다
실학은 사람들의 실생활에 이롭고 도움이 될 만한 궁리와 공부를 목표로 한 학문이다. '실사구시'와 '이용후생'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고, 기구를 편리하게 써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넉넉히 하여 백성들의 삶에 안정감을 부여한다는 말이다.
박지원은 청나라를 돌아보며 그곳의 발전된 기술에 새삼 놀랐다. 수레, 벽돌, 물레방아 등을 보며 사소한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실학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분명, 《허생전》은 당대의 모순된 현실을 담아 이를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허생의 한계 역시 허생전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상인을 ‘장사치’라고 폄하하면서도, 역시 장사를 통해 목적을 이루고자 했다. 자신은 고고한 선비라고 주장해 아직 조선시대의 '사농공상'이라는 전통적 계급, 신분사회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주변을 돌아보라!
분명 작금의 허생이 존재한다.
모순된 현실을 바꾸고자하지만, 그 역시 그런 모순 속에서 안주하며 살고 싶어 하는 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