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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S. 엘리엇의 황무지 (The Waste Land)

작성자만혜(滿慧, 김동근)|작성시간18.04.17|조회수983 목록 댓글 2

황무지(The Waste Land)는 모더니즘 시인인 T. S. 엘리엇이 1922년 출간한 434 줄의 시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초래한 정신적 혼미와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보다 인류보편적인 큰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엘리엇의 대표작이자 거의 모더니즘 선언서처럼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엘리엇은 60대에 쓴 한 비망록에서 《황무지》의 정신적 배경이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황무지》는 1922년 10월, 엘리엇 자신이 운영하던 문예비평지 《크라이테리언》에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시집 1면에 적혀 있는 “한층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바친다”(For Ezra Pound, il miglior fabbro)라는 헌사는 이 작품의 내용에 파운드가 크게 기여했다는 솔직한 고백이자 그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황무지》가 시집의 형태로 출간된 것은 1922년 12월 미국에서였다. 본래의 원고는 이 유명한 시구 앞에 54행이나 더 있었고, 세상에 선보인 작품의 길이보다 거의 2배 가까이 길었다고 한다.
 황무지》가 출간되었던 해인 1922년은 엘리엇 개인적으로 불행이 겹치던 시기였다. 몇 해 전 그의 부친이 작고하였고, 그의 아내 비비안 헤이우드(Vivien Heigh-Wood)와의 결혼생활에서 오는 불행이 연이어 겹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시를 개인적인 자서전으로, 혹은 붕괴하는 사회적 그림자에 대한 비판과 성배의식 및 영적 재탄생의 종교적 알레고리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제시 웨스턴(Jessie L. Weston) 여사의 <종교의식에서 로맨스까지(From Ritual to Romance)>라는 작품의 성배전설에 관한 연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 죽음이란 황무지 인간들의 정신적 황폐함을 의미하며, 황무지의 정신적 죽음으로부터 회복은 영적 생명의 부활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전체를 5부로 나누어 마지막에는 황무지에 단비가 가까워진다는 암시로서 우렛소리가 산스크리트로 울리는데, 이는 절망의 밑바닥에서도 종교적인 구원이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는 “20세기 시 중 가장 중요한 시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시는 현대 문학의 시금석이 되었다. 그 유명한 싯구들 중에 첫 행의 “4월은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 “손안에 든 먼지만큼이나 공포를 보여주마”(I will show you fear in a handful of dust), 그리고 마지막 줄에 산스크리트어로 된 주문인 “샨티 샨티 샨티”(Shantih shantih shantih)는 유명한 구절들이다.

찬란한 4월!  엘리엇의 심정으로 시를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
여름은 우릴 놀라게 했어요, 슈타른베르크 호 너머로 와서
소나기를 뿌리고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대공의 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사람의 아들아, 너는 말하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 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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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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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일주 | 작성시간 18.04.17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 작성자withpoem | 작성시간 18.04.18 4월만 되면 회자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
    다시 음미할 수 있어서 넘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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